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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前총리는 ‘보완재’택해
黃, 강한 보수·공안검사 출신
朴정부 초대 법무장관 발탁돼
통진당 해산 청구 등 추진력

탄핵 가결뒤 野 퇴진압력 속
헌재·검찰 인사권 행사할수도
지리멸렬 보수의 代案 가능성

고건 전 국무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이던 2003년 지인으로부터 성경에 나오는 ‘주인과 노예의 달란트(금화)’ 일화를 들었다. 주인으로부터 5달란트와 2달란트를 받은 노예는 열심히 노력해 각각 10달란트와 4달란트를 주인에게 돌려줬지만, 1달란트를 받은 노예는 금화를 땅에 묻었다 그대로 주인에게 돌려줬다는 얘기다. ‘행정의 달인’ 권한대행의 적극적인 국정 운영과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서 현상 유지라는 두 가지 길이 있다는 취지였다. 당시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상황에서 욕심이 날 만도 했지만 고 전 총리는 사실상 후자를 택했다.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황교안(얼굴) 총리가 권한대행이 된다면 두 가지 길 중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황 총리는 고 전 총리와 여러 부분에서 다르다. 고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완재’에 가까웠지만, 황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체재’가 될 수도 있다. 중도 성향으로 정치와 행정을 두루 경험한 고 전 총리와 달리 황 총리는 강한 보수 성향에 공안 검사 출신이다.

물론 황 총리는 고 전 총리에 비해 인지도나 대중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황 총리는 박근혜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되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등 강한 업무 추진력을 보여왔다. 국무총리로서 높은 국정 이해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고 최근에는 총리-부총리 협의회를 개최하면서 사실상 권한대행 체제를 준비해 왔다. 황 총리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7일에도 예정돼 있던 탈북인 학교 방문 일정을 취소해 사실상 권한대행 상황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황 총리는 야당의 퇴진 요구 등 정치적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고 전 총리와 달리 권한대행 재임 기간이 최대 7개월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차기 대권 후보로서 인지도를 높여갈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황 총리는 권한대행으로 전 부처의 새해 연두 업무보고를 받고 각종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회 동의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헌법재판소장, 대법관 2명의 지명권을 가질 수도 있으며 내년 초 검찰 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보수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경우 우리 정치 지형상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층에게 정치적 어필을 할 수 있다.

실제로 황 총리가 보수 진영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지난 4월 총선 이후 새누리당에서는 황 총리 대망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친박(친박근혜)계 한 재선 의원은 7일 “친박계 내부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입당하지 않더라도 당 지지율을 기반으로 황 총리를 내세우면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황 총리의 차기 대선 출마도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대통령 4년 중임제인 미국에서 현 대통령이 중임을 위해 출마하더라도 사임하지 않는 것처럼 권한대행을 유지하면서도 출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