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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응급실과 수술실은 언제나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여차하는 순간 삶과 죽음이 갈리는 절체절명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종합병원의 긴장감은 의학드라마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면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토대가 된다. SBS 월화미니시리즈 ‘낭만닥터 김사부’도 그렇다. 이 드라마는 전형적인 의학드라마이자 성장드라마이다. 누군가를 이기고 싶어서 의사가 된 강동주(유연석)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의사가 된 윤서정(서현진)이 스스로를 ‘낭만닥터 김사부’라 칭하는 괴짜 의사 부용주(한석규)를 만나 진정한 의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아버지가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해 돌아가신 것을 목격했던 강동주는 성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그런가 하면 사랑 없이는 진정한 치료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윤서정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의사가 됐다. 강동주와 윤서정은 타고난 능력과 노력으로 최고의 의사가 될 가능성은 있지만,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좋은 의사가 될 자질이 부족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한때 신의 손으로 불리다가 병원 내의 세력 싸움에서 밀려 강원 정선군 돌담병원에 은둔하는 부용주를 만나면서 변화한다.

물론 강동주가 처음부터 부용주를 스승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기득권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돌담병원으로 전출되어도, 이른 시일 내에 거대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자신하던 그는 부용주에게 겁쟁이면서 멍청이라는 비난만 받는다. 그런데 “정말로 이기고 싶으면, 필요한 사람이 되면 돼. 남 탓 그만하고 네 실력으로”라는 부용주의 충고를 듣고 그가 어린 시절 자신의 분노에 공감해줬던 의사임을 깨닫고, 돌담병원에 머무르기로 결심한다.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던 윤서정은 부용주처럼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견디며 어렵게 자기 자리를 잡아가던 윤서정은 부용주의 존재가 거대병원에 알려지면서 위기에 처한다. 부용주를 몰아내고 거대병원 원장이 된 도윤완(최진호)의 지시로 돌담병원에 파견된 감사팀이 윤서정의 PTSD를 문제 삼으면서 부용주를 압박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의술을 실천하는 좋은 의사와 실력을 앞세워 병원의 실세가 되려는 의사의 대립과 갈등은 의학드라마의 전형이다. 응급실과 수술실의 긴장감 넘치는 상황들도 빼놓을 수 없다. 기시감을 느낄 정도로 익숙한 이 드라마가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감정의 과잉을 유도하는 장면 구성과 연출력 덕분이다. 흉기를 들고 의사를 위협하며 아내와 딸을 성폭행한 강간범을 수술하지 말라는 가장의 호소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다. 가난 때문에 평생을 고생한 남편이 돈이 없어 고가의 진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비관하는 아내의 하소연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에피소드들이 시청자의 감정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할지 몰라도, 일분일초가 아쉬운 위급 상황에 어울리는지는 의문이다. 낭만을 상실한 시대에 낭만을 강조하는 닥터 김사부가 비현실적인 존재로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싶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