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학연·지연 등 총동원
비박계, 친박 지역구 찾아 설득
민주당, ‘점 조직’ 형태로 포섭
국민의당, 찬성의원에 꽃 선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 표결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탄핵파와 비탄핵파가 지지표 확보를 위해 중립·반대 성향 의원을 상대로 치열한 구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탄핵파 선봉장 역할을 맡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소속 전원에게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포섭 명령을 내렸다.

우 원내대표는 설득 성과 등 중간 표 분석 결과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점조직’ 형태로 조직을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비탄핵파 대표 격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학연, 지연 등 모든 인연을 총동원해 대면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5일 한 비박(비박근혜)계 중진인 K 의원은 이 대표와 평소 가깝게 지내던 한 의원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약속 장소에 가 보니 이 의원과 이 대표가 함께 나와 있었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이 당론으로 건의한 ‘2017년 4월 사퇴, 6월 대선’을 받아들일 것이니 탄핵에 동참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K 의원은 “두 사람은 또 ‘당론으로 정한 것을 뒤집어 버리는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회의가 의원 간의 약속을 어기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친박(친박근혜)계의 비박계에 대한 설득은 같은 학교를 나온 동문끼리는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산지역의 한 고등학교를 나온 비박계 한 의원은 “고교 후배인 친박계 중진 의원이 20번 이상 전화를 해 탄핵에 반대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후배가 간곡하게 부탁도 하고 박 대통령과의 의리를 생각해보니 탄핵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비박계의 친박계에 대한 구애도 만만치 않다. 특히 탄핵 찬성표를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비박계의 친박계에 대한 구애는 국회 의원회관뿐만 아니라 국회 밖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친박계 H 의원은 “주말에 지역구에 있는데 비박계 한 의원이 지역에까지 찾아 왔더라”면서 “찾아온 사람을 안 만날 수도 없어 만났더니 1시간 동안 탄핵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더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설명을 듣고 나니 탄핵에 찬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덧붙였다.

야권도 새누리당 의원들 설득에 나서고 있다. 우 민주당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새누리당 의원들을)개별적으로 설득하고, 진행 상황을 보고해달라”고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같은 상임위에서 활동하거나 18·19대 국회에서의 인연, 해외 출장을 같이 다녀온 의원 등을 내세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당도 소속 의원 전원이 새누리당 의원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탄핵에 동참해달라는 호소의 의미로 이날부터 새누리당 의원들을 찾아가 ‘탄핵의 꽃’을 전달하기로 했다.

신선종·유민환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