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10일 충남 공주시 정안면 풀꽃이랑마을에서 열린 해피버스데이 밤꿀 경단 만들기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경단을 만들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해피버스데이- 충남 공주 정안 풀꽃이랑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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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장을 쳐라. 매우 쳐라!”
한 아주머니가 걸쭉하게 흥을 돋우자 아저씨 2명이 떡메를 있는 힘껏 내려친다. 야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시골 마을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다. 여성 참가자들의 힘없는 떡메질을 보다 못한 남성 참가자인 홍성표·김만수 씨가 팔을 걷어붙인 순간이었다. 주위에서 “야 역시! 확실히 남자가 다르긴 하네”라는 칭찬이 이어지자, 이에 신바람이 난 듯 ‘하나 둘’ 번갈아 장단을 맞춰가며 ‘쩍 쩍’ 소리가 나도록 떡메질을 했다. 밥알 파편이 사방으로 튀자, “떡 날아 가유…. 좀 살살 쳐유”라며 주위에서 한마디씩 거든다.

지난 11월 10일 충남 공주시 정안면 고성1길 풀꽃이랑마을에서 진행된 ‘해피버스데이’ 44회차 인절미 만들기 체험장의 모습이다.

해피버스데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2013년부터 ‘행복 가득한 버스를 타고 농촌으로 떠나는 날’이라는 의미를 담아 농업·농촌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날 해피버스데이는 독특했다. 참가자들이 정부 부처가 임명한 일반인 정책 기자단과 블로거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체험 반 취재 반’이었다. 휴대전화나 사진기를 들고 연신 셔터를 눌러 대거나, 인터뷰하며 취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참가자들은 취재한 내용을 홈페이지,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체험과 일을 동시에 하느라 분주했다.

떡메치기가 끝나자 콩고물에 묻힌 인절미를 서로의 입에 넣어 주며 ‘노고’를 달랬다. 입에 인절미를 한입 가득 물고서 소중한 장면을 놓칠세라 연신 셔터를 누르고, 녹음하면서 정신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공주에서도 정안면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질이 좋은 밤을 생산하는 곳으로 꼽힌다. 체험단 행사를 준비한 이 마을의 임재영(여·67) 씨는 “저기 산에 퍼런 나무들 보이시쥬. 저게 다 밤나무유”라고 가리켰다. 예전에는 일꾼들을 동원해 밤나무를 털어 따기도 했는데 요즘은 떨어진 것을 줍는 방식이라고 했다. 밤이 유명하다 보니 체험 행사에 ‘밤 꿀 경단 만들기’도 포함돼 있다. 경단 만들기는 마을 회관에서 마을 주민 김지숙 씨의 지도로 이뤄졌다. 대접에 깎아서 삶은 밤을 넣고 방망이로 잘 으깬 뒤, 꿀을 넣고 동글동글한 모양의 경단을 만들었다.

참가자 중에는 네 살배기 ‘최연소’ 김연우 어린이도 눈에 띄었다. 엄마 엄지성 씨는 “아이에게 소중한 체험이 될 것 같아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우 양은 고사리손으로 경단을 앙증맞으면서도 예쁘게 만들었다. 어른들의 칭찬과 촬영이 이어지자 쑥스러운 듯 엄마 등 뒤로 몸을 숨겼다.

할머니 손을 잡고 온 이윤상(4) 어린이는 어른들의 요청에 멋진 노래 솜씨까지 뽐냈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별빛에 물든 밤같이 까만 눈동자 ~’가 울려 퍼졌다. 노래 교실을 다니는 할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란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에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 온 얼굴에 콩가루를 묻히며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은 참가자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충북 옥천에서 농사를 지으며 정책 기자단에 참가하고 있다는 김만수(63) 씨는 “요즘 농촌이 몹시 어려운데, 도농 교류가 활성화돼서 농촌도 도와주고 즐거운 체험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욱 다양하게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피버스데이의 행사를 주관하며 취재하는 신보경(여·27) 씨는 “농촌이 멀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다”면서 “직접 참여하고 가족들과의 교감의 폭도 키울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신 씨는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농촌에 와서 자연을 직접 체험하는 것을 보면 흐뭇함을 느낀다”면서 “놀이공원에 가는 것보다 훨씬 소중하고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공주 =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