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추미애(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사직서 낸 뒤 표결해야 ‘해산’
秋 “해산 의견 심각하게 고려”

“가능성 작지만 改憲연계 변수”
지역구, 4월 보선때까지 공석
비례대표는 다음 순번이 승계

오는 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정치와 국정의 혼란과 혼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에 비하면 탄핵안 가결 시 혼란은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탄핵안 부결로 성난 민심이 국회를 정조준할 경우, 국회의원 전원 사퇴를 포함한 국회 해산론이 들불처럼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 해산에 대한 법적 근거와 절차와 함께 이 같은 흐름이 개헌으로 연결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1987년 개정된 헌법에서는 행정부와 입법부 간 권력 불균형의 상징으로 인식돼 온 국회해산권이 전면 삭제됐다. 또 국회의원을 국민투표로 파면시키는 국민소환제(국민파면제)가 제도화돼 있지 않아, 헌법상 4년 임기를 보장한 국회의원을 탄핵할 방법은 없다. 따라서 국회를 해산하는 방법은 국회의원 전원이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을 거치는 방식이 유일하다.

국회법에는 국회의원이 사직서를 의장에게 제출하고, 표결을 거쳐 사직을 결정하도록 했다. 의원의 ‘자진 사퇴’가 전제돼야 가능한 방식이지만 지금 ‘탄핵 민심’으로 보면 꼭 불가능한 안은 아니란 말이 나오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당내에서는 국회 스스로 해산하자는 각오로 임하자는 의원들의 의견도 이미 있다”며 “그런 것까지 포함해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의 한 핵심 인사는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96%의 촛불이 탄핵안 처리를 못 하면 여의도로 올 텐데 야당 의원들도 자리를 온전히 보전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사퇴로 의원직이 공석이 되면, 지역구는 내년 4월 보궐선거 때까지 공석으로 남게 된다. 비례대표는 4·13 총선 비례대표 순번에 따라 다음 순번이 승계받게 된다.

1987년 헌법 개정 전에는 법정임기만료 전에 의원 자격을 동시에 소멸시키는 국회 해산권이 있었다. 국회 해산 사례는 1960년 4·19 혁명으로 국회가 개헌한 뒤 양원제 선거 시행을 위해 국회의 의결로 자진 해산한 적이 있고, 1961년 5·16 군사 정변 후에는 군정에 의해 국회가 강제 해산되기도 했다.

야권의 한 의원은 “의원들이 단순히 탄핵 부결 여론에 밀려 전원 사퇴할 가능성은 작지만, 개헌에 대한 바람이 거세진다면 개헌을 명분으로 실현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