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政局 더 뒤죽박죽 만드는 秋대표, 저의는 뭔가

탄핵 정국(政局)이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1일 발의→2일 표결’이 물 건너가고, ‘9일 표결’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1주일은 현 정치권이 난국을 수습할 역량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늘 중대한 시기다. 분노한 민심을 동력으로 해 국가 미래를 재설계하는 전화위복을 이룰 것인지, 당리당략과 대선 전략을 앞세워 국가적 혼란을 증폭시킬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아직 긍정적 전망을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새누리당에서 여러 방안이 제시되기 시작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런 중대한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보여주는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다. 우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어, 그 저의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추 대표는 자당(自黨)만으로는 탄핵안 의결은 고사하고 발의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조건 ‘2일 탄핵’을 앞세웠다. 오죽하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의가 아니라 통과가 목적’이라고 환기시켰겠는가. 추 대표가 할 일은 강성 야당 지지자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국가에 도움이 될 수습안을 만들고, 한편으론 탄핵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추 대표도 이런 이치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탄핵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무산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정국 혼란을 장기화·증폭시키는 것이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전략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닌지 의심되는 이유다.

독주와 독선, 아니면 말고 식의 오락가락도 심각한 문제다. 야 3당 대표가 ‘퇴진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놓고 사전 협의 없이 1일 김무성 전 대표와 전격 회동한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박 비대위원장은 “탄핵을 발의하자고 주장하던 추 대표가 내년 1월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내 편 아니면 모두 악(惡)이라는 식의 인식도 여전하다. 그렇다고 어떤 정치력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이런 식이라면 추 대표가 과연 제1 야당 대표의 자격이 있는지 회의론이 갈수록 확산될 것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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