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파리회의서 문제제기

정부·국책은행 대응책 마련
“상업적인 판단” 소명 계획

일본이 한국 정부의 조선업계 지원이 불공정한 조치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시정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일 일본 정부가 이날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ECD 조선업 분야 부회에서 한국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등에 불공정 지원을 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세계 조선업계 경기가 침체해 수요가 공급능력의 3분의 2 정도인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이런 지원은 경쟁을 망가뜨리고 시장을 왜곡한다며 시정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문화일보 6월 2일자 1면 참조)

일본 정부는 한국이 최근 5년간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업계에 융자나 보증 등으로 5조 엔(약 51조3170억 원) 규모의 지원을 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시장에서 퇴출당해야 할 기업이 공적지원으로 살아남는다면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일본은 지난 5월에도 이 같은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5월 23일부터 이틀간 열린 제122차 OECD 조선전문위원(WP6) 회의에서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지난해 10월) 4조2000억 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지원한 것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며 금융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이 시장 원리에 입각한 판단인지 문제를 제기했다. 국토성은 “세계적인 조선업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설비 감축 지원’과 ‘고용 문제’로 제한해야 하며, ‘부실 채권 매입’ 등 재정적 지원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책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의 이 같은 문제 제기에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제한하고 있는 ‘정부 보조금’ 지원이 아닌 ‘상업적 판단’에 의한 결정이라는 점을 근거로 대응할 계획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일부 선주들이 선수금 환급을 요구(RG 콜)할 수 있어 오히려 국책은행 등 채권단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정부 보조금 지원이라는 일본 측 주장에 대해 당시 결정이 상업적으로 봐도 타당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해 소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 역시 이와 같은 논리로 일본의 주장에 대응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희·윤정선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