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이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대북제재를 해본 적이 없다”며 강력한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아버지에게 미국 대하는 외교기술 배워

잘났든 못났든 유명하든 평범하든, 누구에게나 부정(父情)의 기억은 있다.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에게 마음속 깊은 곳의 아버지 모습을 끄집어내 달라고 했다.

“어느 해인가 무척 무더운 여름이었죠. ‘난닝구’만 입은 채 서재 책상에 앉아 계셨습니다. ‘탁탁, 착착’ 타자 감기는 소리만 들리는데, 나직이 혼잣말을 하시더군요. ‘이 좋은 걸, 10여 년 동안 못했네….’” 흑백 사진처럼 간직된 아련한 풍경이다.

함 원장의 부친은 함병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1983년 10월 9일 아웅산 테러 사건으로 순직했다. 미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던 함 전 실장은 연세대 교수로 있다가 1970년 대통령 정치담당 특별보좌관으로 발탁됐다. 1973년에는 주미대사로 부임했다. 10·26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이후 학교로 돌아갔다가, 1982년 전두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기용됐다.

그는 아버지에게서 외교의 기술과 미국을 대하는 방식을 배웠다. “주미 대사로 근무하실 때, 드물게 한 번은 바깥 얘기를 하셨습니다. 알래스카 원양어업권 협상이 있었나 본데, 한국은 왜 쿼터가 일본보다 적으냐고 미국 인사에게 따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일본은 관계가 오래됐고, 한국은 얼마 안 됐기 때문’이라는 말에 ‘그럼 가난한 나라는 계속 가난해야 하냐’고 반문했다는 겁니다. 그랬더니 배석했던 우리 외교관이 ‘미국에 그렇게 들이대면 어떻게 하시냐’고 푸념하더랍니다. 그러시면서 ‘미국에는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따지면서 주장을 제기해야 하는데 참 답답하다’고 하시더군요.” 아버지의 가르침은 수많은 국제 토론회에서 미국을 대하는 자세가 됐다. 조부는 이승만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함태영 목사다. 3·1 만세운동을 주도한 민족대표 48인 중 한 명으로 3년 동안 옥고를 치렀다. 1940년 한신대의 전신인 조선신학교를 설립했고 한신대 학장을 역임했다. 함 원장은 “할아버지는 경기도 일대를 다니시면서 교회 개척을 도와주시고 쌀을 얻어다 생계를 이어갔는데, 너무 살림이 어려워 한때는 아버지를 다른 곳에 맡겨 키우셨을 정도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한국의 대외정책을 알리는 민간외교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함 원장은 “미국 정부에서 한국 담당자의 근무 기간이 2년 정도인데 워싱턴의 싱크탱크 인사들과는 10년, 20년을 넘어 평생 관계와 교류를 이어간다”며 “이들은 정부로도 진출하는 만큼 한국의 중요한 인적 자원”이라고 말했다. 함재학 연세대 법대 교수가 동생이다.

이제교 기자 jklee@munhwa.com



△1958년 출생 △칼턴대 경제학 학사 △존스홉킨스대 정치학 석·박사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유네스코 본부 사회과학국장 △서던캘리포니아대 한국학연구소장 겸 정치학과 교수 △랜드 연구소 선임연구원 △듀크대, 프린스턴대, 조지타운대 교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