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자해로 손목인대 봉합수술 1일 오전 병원에서 강제구인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부산지법으로 들어가며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뉴시스

자해 재발 우려 … 병원서 집행
이영복에게서 3~4억수수 확인

부산 해운대 엘시티 특혜 비리에 연루된 현기환(57)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시행사의 실소유주 이영복(66·구속 중) 회장으로부터 3억~4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현 전 수석은 또 다른 중대범죄 혐의 단서가 검찰에 포착돼 추가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임관혁)는 1일 추가 단서 포착과 현 전 수석의 자해에 따른 제2의 극단적 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2일로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루 앞당겼다. 이를 위해 검찰은 이날 오전 9시 40분쯤 왼쪽 손목인대 봉합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현 전 수석에 대해 구인영장을 발부받아 부산지검과 부산지법 청사로 이송했다. 검찰이 30일 오후 자해를 시도한 현 전 수석의 복잡한 심경을 고려해 법원에 요청한 일정 단축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부산지법에서 현 전 수석에 대한 신문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라는 의사 소견을 고려해 신변 보호의 필요성이 있어 구인장을 집행했다”며 “영장 사실 외에 또 다른 중대한 범죄 사실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앞서 30일 검찰이 청구한 현 전 수석의 사전 구속영장에는 뇌물수수,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 3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현 전 수석은 5~6년간 이 회장과 친분 관계를 유지하며 금품을 받고 엘시티의 각종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알선, 청탁해 사업을 도와준 것으로 드러났다. 수억 원대 금품에는 이 회장 계좌에서 현 전 수석 계좌로 넘어간 거액의 수표와 상품권, 골프 및 유흥주점 접대비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특히 두 사람 간의 수표 거래를 직무 연관성과 대가성이 있는 부정한 돈으로 판단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현 전 수석은 채권·채무관계일 뿐이라 주장했지만 검찰은 당시 정황과 참고인 진술 등을 통해 대가성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전 수석은 국회의원(2008∼2012년)과 정무수석(2015년 7월∼지난 6월) 등 현직에 있을 때와 현직이 아닐 때도 금품을 받고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참여토록 하거나 엘시티 시행사가 1조78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는 데 개입해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됐다. 정상적인 후원금 외의 수법으로 돈을 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현 전 수석은 30일 투숙 중인 부산롯데호텔에서 자신의 신병 구속과 향후 파문을 우려해 두 차례나 왼쪽 손목을 칼로 그어 자해를 한 뒤 손목인대 봉합수술을 받았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