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현건 엘림존 대표이사가 최근 인천에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 ‘엘림아트센터’를 세웠다. 연합뉴스

알짜 中企 팔아 ‘클래식 공연장’ 세운 이현건 엘림존 대표

“열심히 일하다 은퇴한 실버 세대가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원기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연장을 만들었습니다.”

이현건(59) 엘림존 대표이사는 인천 지역의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으로 오는 12월 9일 개관 예정인 ‘엘림아트센터’를 설립한 배경에 대해 30일 이렇게 설명했다.

이 대표가 설립한 아트센터는 청라국제도시 인공호수변에 지하 3층, 지상 8층, 연면적 2300㎡에 자리 잡고 있으며 엘림홀(298석), 챔버홀(130석), 하우스홀(30석) 등 공연장 3개와 각각 10∼20석 규모의 음악감상실 5개를 갖추고 있다.

이 중 백미인 엘림홀에는 2500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독일의 파이프오르간, 세계 최고 수준의 피아니스트들이 자주 연주하는 미국 스타인웨이 풀사이즈 피아노 등을 갖추고 있다. 중·소공연장과 5개의 음악감상실에도 1930∼1940년대 미국이나 독일 극장에서 쓰였던 진귀한 진공관 앰프와 빈티지 스피커 등을 갖추고 있다. 정밀계측기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이 대표가 이 같은 클래식 전용 공연장을 설립한 것은 어릴 때부터 성가대 활동을 통해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데다 우연히 노후의 취미로 음악 감상을 선택한 게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9년 전 (아무것도 한 일이 없이 나이만 먹었다는 생각에서) 아날로그 음악 감상 취미를 갖게 됐다”며 “1930∼1940년대 미국과 유럽의 희귀 앰프, 스피커 등을 사서 소리에 푹 빠지다 보니 이같이 좋은 경험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트센터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3년 전 오랫동안 정밀 계측기기를 생산, 54개국에 수출하던 자신의 알짜 중소기업을 외국 회사에 매각하고 아트센터를 설계하고 건립하는 데 매달리기 시작했다.

아트센터는 개관 기념으로 오는 12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피아니스트 임동혁·첼리스트 양성원·파이프 오르가니스트 신동일 등을 초청해 6차례 공연할 계획이다. 또 클래식 외에 재즈와 국악 공연 등도 구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아트센터가 당분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유명 성악가나 연주가를 초청하다 보면 손해가 나기도 하겠지만 전문 공연장으로 소문이 나면 관객은 자연히 늘어나리라고 본다”며 “아트센터를 연주자들이 사랑하고 연주하고 싶은 곳, 가족과 부부가 모이는 곳, 아이들에게 음악의 꿈을 심어주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일원으로서 은퇴한 세대들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구상 중이라는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실버 세대를 중심으로 3, 4대 가족들이 함께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음악과 리조트 관련 사업을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천 = 이상원 기자 y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