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靑 향하는 촛불들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 참가한 시민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날 행진은 법원의 허가에 따라 최근 시위 중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지점(200m)인 청운효자동사무소까지 이어졌다. 사진공동취재단

- 집회 왜곡에 화난 시민들

李석방요구 플래카드 걸리고
성과연봉제 철폐 등 외치자

“이 상황에 이익 챙기나” 싸늘
북악산 넘어 靑 향한 4명엔
“훈방 말고 처벌해야” 비판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5차 촛불집회 당시 서울 북악산을 넘어 청와대로 향하다 검거된 시민단체 회원들에 대해 “이번 촛불집회의 유일한 오점”이라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무관한 주장을 펴거나 욕설 등을 하면 시민들이 곧바로 따끔하게 질책하는 등 건전한 시민의식이 빛을 발하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북악산을 넘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려다 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군인들에게 붙잡혀 경찰에 인계된 민권연대 소속 회원 4명을 훈방 조치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했지만,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다른 혐의가 있는지 등을 파악해 추후 입건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28일 “민권연대 회원들이 종로구청에서 운영하는 철책을 통과한 뒤 수방사 철책까지 넘으려고 돌아다니다가 군인들에게 잡혔다”며 “군사지역 철책은 넘지 않아 법적인 처벌이 어려워 훈방 조치를 했고, 군형법에 미수범 처벌규정이 있는지 검토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온·오프라인에서 시민들은 “평화집회의 순수성을 훼손시키고 국민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가족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직장인 김모(46) 씨는 “집회 때마다 ‘물 만난 고기’처럼 불법 폭력시위를 조장하고 공권력을 우습게 보는 시위꾼들은 절대 선처하지 말고 법대로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티즌들도 “영웅주의에 사로잡혀 평화집회의 순수한 뜻을 더럽혔다” “폭력을 조장하는 폭도들은 훈방이 아니라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재발하면 촛불 동력이 급격히 쇠퇴할 수 있다”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집회 당시 내란선동죄 등으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형 풍선 인형이 등장한 것도 시민들의 눈총을 샀다. 통진당 후신 격인 민중연합당 관계자들이 ‘이석기·이정희 전 통진당 의원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종북몰이의) 억울한 희생양’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자 이를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혀를 차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성과연봉제 폐지나 노동악법 철폐 등 국정농단 사건과 무관한 구호를 외치는 사람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어김없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시민은 “궂은 날씨에도 촛불을 든 시민들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 한다면, 그들도 촛불 민심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