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5일 핵 위협 방지 관련 비정부기구인 ‘윌리엄 J 페리 프로젝트’의 국장으로 일하는 딸 로빈 페리와 나란히 앉아 17년 전 북한 방문 때의 일화를 설명하고 있다. 올해 89세인 페리 전 장관은 청력이 조금 떨어진 것을 빼고는 건강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애틋한 ‘한국 사랑’

―지난 14일 저녁 연세대 특강기념 만찬 때 “코리아는 늘 내 마음속에 있다”고 얘기했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배경이 궁금하다.

“나는 한국인들에게 특별한 정감을 갖고 있다. 한국인들이 그간 이뤄온 것에 대해 경외감을 느끼고 있다. 식민지에서 해방된 후 전쟁을 겪고 나서도 경제개발과 민주주의를 한꺼번에 이뤄낸 한국인들을 생각하면 어떤 저력이 있길래 이런 기적을 이뤄낼 수 있었을까 늘 경이롭게 느껴진다. 한국인들이 땀 흘려 건설한 한국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 것에 존경을 표한다. 그런데 북한을 봐라. 북쪽에 사는 사람들도 똑같은 코리안이다. 북한의 억압적 체제에서 사는 북한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무너진다. 한국에서는 따뜻함을, 북한에서는 슬픔을 느낀다. 평양 방문 때 북한 정부 관리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들은 남쪽 사람들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북한에서 태어나 성장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행동과 사고가 그렇게 달라진 것이다.”

―1999년 방북 때 그런 것을 느꼈나.

“방북 때 항공기에 항생제를 싣고 가서 선물로 주고 싶다고 했더니 북측에서 평양소아병동으로 안내했다. 그 병원에서 근무하는 중년 여성이 그것을 받아들고 “항생제가 없어 아이들이 매일 죽어 나가고 있다”며 울먹이면서 감사를 표했다. 그때 한 아이가 다가와서 “이 미국 사람이 우리를 죽이러 왔나요?”라고 물었다. 미 제국주의자들은 북한 사람들을 죽이려 한다고 배웠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 북한 어린이들은 어렸을 적부터 한국과 미국에 대해 증오하는 법부터 배운다고 들었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지만 서글펐다. 남쪽의 사람들과 똑같은 언어와 정서를 지닌 사람들이 그저 북쪽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렇게 억압적인 체제 속에서 살다가 죽어간다는 게 너무 가슴 아프다. 한국 사람들이 이런 현실을 빨리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