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백설기에 김치, 시금치, 숙주, 버섯 등과 불고기를 넣어 돌돌말아 썰어 내는 ‘불고기 말이떡’은 귀한 손님 오시는 날 상에 올리면 좋은 음식이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어제는 24절기 중 22번째 절기인 소설(小雪)이었다. 첫눈이 내린다는 의미로 ‘소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아마도 눈은 며칠 더 지나야 오려나 보다.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이 시기는 겨울 채비가 한창일 때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면 겨우내 먹을 것들을 준비한다. 그래서 이즈음이면 김장을 많이 한다. 함께 손질한 채소로 시래기와 무말랭이 등을 만들기도 한다.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Kimjang:making and sharing kimchi)인 김장은 우리 식생활을 대표하는 음식 문화다. 춥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는 ‘김장’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요즘이야 사철 김치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어 예전처럼 많은 양을 담그진 않지만 집집마다 김치를 담그는 풍습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치와 함께 우리 식문화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불고기, 떡 등도 손에 꼽힌다. 떡은 서양의 빵이나 과자와 마찬가지로 주식과 간식으로 다양하게 즐겼다. 관혼상제 및 세시풍속에 따라 만들어 먹는 떡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중 백설기는 티 없이 깨끗하고 신성한 음식이라는 뜻으로 아이의 삼칠일과 백일, 첫돌에 올리는 대표 음식이다. 그리고 수수팥시루떡은 만들기는 어렵지만 팥이 액운을 막아주고 복을 불러들인다는 좋은 의미를 담고 있어 중요한 날 주로 만드는 떡이다. 잔치, 이사, 개업, 아이 생일 및 어른 생신 때 시루떡을 두루 나눠 먹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곤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외국인들도 거부감 없이 즐기는 ‘불고기’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음식명이다. 1950년대까지 문헌에 나온 것은 ‘너비아니’로, 불고기와 비슷하지만 만드는 법이 약간 다르다. 너비아니는 소고기를 너붓너붓 도톰하게 저며서 잔 칼집을 낸 다음 석쇠 등에 직화로 구운 음식이다. 1939년에 쓰인 ‘조선요리제법’에는 ‘우육구이(너비아니)’에 대해 ‘고기를 얇게 저며서 그릇에 담고 간장(진간장)과 파 이긴 것, 깨소금, 후추, 설탕을 넣고 잘 섞어서 굽는다’고 했으며, 1800년대 말에 쓰인 고조리서 ‘시의전서’에는 정육을 잘게 저며 양념한 다음 불에 직접 굽는 것을 ‘너비아니’라고 했다. 요즘 우리가 먹는 불고기는 소고기를 너비아니보다 훨씬 얇게 저며 갖은 양념에 푹 재운 뒤에 팬에 볶거나 철판에 올려 굽는다.

얼마 전 ‘미쉐린 가이드2017 서울편’이 발간됐다. 전 세계에서 28번째, 아시아에서 6번째라고 한다. 세계적인 미식평가서가 우리나라에서도 발간됨에 따라 한식을 기본으로 한 새로운 음식들이 많이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계기로 우리 식문화 전체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전 세계인이 ‘미식’으로 한식을 즐기길 희망해본다.

미식(美食). 사전적으로는 ‘좋은 음식, 또는 그런 음식을 먹음’이라는 뜻이다. 나처럼 음식을 연구하는 사람은 ‘어떻게 조리해야 더 맛있을까? 어떤 모양으로 내놓을 때 먹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음식의 향과 씹는 느낌, 담는 그릇과 어울리는 모양까지 두루 고려해 내놓을 때 ‘미식으로서의 한식’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개하는 ‘불고기 말이떡’은 우리 음식을 대표하는 불고기, 김치, 떡이 조화를 이룬 일종의 ‘미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얇게 찐 백설기에 김치, 시금치, 숙주, 버섯 등과 불고기를 넣어 돌돌 말아 썰어 놓으면 김밥과는 전혀 다른 고급스러운 모양과 맛을 낸다. 적당히 쫄깃한 떡과 채소를 씹는 아삭한 식감, 고기가 주는 감칠맛이 입안에 어우러지면서 ‘이런 한식이 있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귀한 손님 오시는 날 상에 올리면 크게 주목받고 칭찬받을 음식이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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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2인분 기준)

멥쌀가루 3컵, 참기름 1큰술, 물 2큰술, 소금 1작은술, 흑임자 가루 1/2컵, 소고기 50g, 계란 1개, 시금치 한 줌, 배추김치 100g, 숙주 50g, 표고버섯 2개, 설탕 1/4작은술, 소고기 양념(간장 1큰술, 설탕 1/2큰술, 깨소금·다진 파·다진 마늘·후춧가루·참기름 약간씩), 나물 양념(다진 파·다진 마늘·소금·참기름 약간씩), 버섯 양념(간장 1/2작은술, 설탕·식초 1작은술씩, 참기름 1/4작은술)



만드는 법

1 멥쌀가루를 체에 친 후 물 2컵을 넣고 멥쌀가루를 골고루 섞은 후 다시 체에 친다.

2 소고기는 분량의 소고기 양념으로 재운 뒤 팬에 볶는다.

3 달걀은 노른자와 흰자를 나눠 약간의 소금을 넣고 곱게 푼 다음 지단으로 부친다.

4 시금치와 숙주는 데친 후 나물 양념으로 무친다.

5 배추김치는 채 썰어 약간의 설탕과 참기름을 넣어 무친다.

6 표고버섯은 불린 후 채 썰고 버섯 양념으로 버무려 팬에 볶는다.

7 찜솥에 면보를 깔고 약간의 설탕을 얇게 뿌린다. 1의 멥쌀가루를 0.5㎝ 두께로 편 다음 김이 오른 찜솥에 5분간 찐다.

8 7의 떡이 익으면 불을 끄고 떡 위에 흑임자 가루를 골고루 뿌린다.

9 8의 떡을 뒤집어 찜솥에서 꺼내고 2~6의 준비한 재료를 가지런히 놓은 다음 김밥처럼 말아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다음 접시에 담는다.



조리 Tip

1 찐 떡을 말 때 안의 재료가 잘 붙도록 꼭꼭 눌러서 정성스럽게 싼다.

2 속으로 넣는 내용은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