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풍자한 개그 프로그램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CJ그룹이 운영하는 케이블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순실 사건을 풍자한 코너가 방영되고 있다. tvN 화면 캡처

‘개콘’‘SNL’‘웃찾사’ 등
국정농단 신랄하게 꼬집어

가수·배우들 촛불집회 참여
시민 “정치적 소신 용기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국민 분노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한동안 사그라들었던 정치 풍자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연예인의 현실 참여도 다시 활발해진 모양새다.

KBS ‘개그콘서트’의 ‘민상토론2’ 코너에서 개그맨 김대성은 유민상에게 ‘최순실 연예인’이라며 “인기도 없는 사람이 2013년에 연예대상 우수상을, 2015년에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또 유민상이 커피를 마시면서 입술에 거품을 묻히자 “현재 유민상이 길라임으로 개명을 추진 중”이라고 비아냥거려 웃음을 자아냈다. tvN ‘SNL 코리아’ 프로그램의 ‘그리스 로마 신화’ 코너에서 개그맨 유세윤은 특혜 입학 논란에 휩싸인 ‘비선 실세’ 최순실(60) 씨의 딸 정유라(20) 씨처럼 승마 선수 차림으로 등장해 “엄마 어디예요? 곰탕 먹고 있어요?”라고 현 세태를 비틀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내 친구는 대통령’ 코너에서는 개그맨 최국이 “사적인 감정으로 청와대를 자유롭게 들락날락하게 할 수 있냐”고 소리쳤다.

연예인들의 사회 비판 발언도 부쩍 늘었다. 가수 윤종신은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선악 구분이 뚜렷한, 구성이 더럽게 조악한 뻔한 영화 같다”며 “악인들이 심판받고 영화 빨리 끝냅시다”고 적었다. 배우 유아인·이청아, 가수 이준·김동완·솔비 등은 직접 촛불 집회에 참여하거나 관련 글을 SNS에 올려왔다.

현 시국과 관련한 노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효리·전인권·장필순 등의 ‘길가에 버려지다’, 작곡가 윤일상과 래퍼 조PD의 ‘시대공감 2016’ 등이 대표적이다. 가수 이승환은 자신의 소속사 드림팩토리 건물 외벽에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어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대학생 최모(25) 씨도 “당장 밥줄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도 연예인들이 당당하게 정치적 소신을 드러내는 모습이 용기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연예인들이 과거에 사회적 의식이 없는 ‘딴따라’ 취급을 받았던 것과 달리, 요즘에는 사회적인 문제에 개입하기 위해 자신의 인기를 적극 활용하는 ‘셀러브리티 에이드(Celebrity Aid)’가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김수민·김기윤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