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형 양극화 치달을수록
지지성향 숨기는 현상 커져
“더 정교한 분석기법 필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대다수 여론기관의 예상을 깨고 대승을 거두면서 내년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 여론조사 기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은 ‘숨은 표’ 효과가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국내 여론조사업계는 내년 대선을 대비해 보다 정교한 여론조사 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당선에서 표출된 기득권층에 대한 기층의 분노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수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데 일반적인 여론조사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숨은 표 효과, 시시각각 변하는 유권자 표심,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과 다양한 정보 습득 환경 등을 담아내려면 앞으로는 빅데이터와 분노지수, 인구 조사 등 세밀한 예측모델을 통한 선거 결과 분석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치지형이 양극단으로 치달을수록 지지성향을 밝히지 않는 숨은 표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면서 이 유권자들을 여론조사에 반영시키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통화에서 “일반적인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와 달리 투표는 투표장에 직접 가서 찍고 돌아오는 험난한 여정인데 그 여정을 가장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동기는 분노지수”라며 “유권자 사이에 형성된 분노지수를 조사에 어느 수준으로 접목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분노지수를 계량화해 가중치를 줄 수 있다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이번 미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많은 여론조사 기관이 대선 예측에 실패했지만 ‘족집게 실력’을 과시한 기관은 다른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트럼프의 승리를 점친 LA타임스-USC의 조사는 무작위로 표본을 뽑는 다른 기관과는 달리 같은 사람을 상대로 매번 이뤄졌고, 흑인 유권자들에게 가중치를 두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반면 주류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은 대선일 직전까지 대부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지지율에서 앞서는 것은 물론 선거인단 수에서도 압도적으로 승리한다는 예상 결과를 내놨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