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러스트 = 안은진 기자 eun0322@

저출산·고령화 구조 고착화
분배 확대로 성장동력 약화

정부, 획기적 규제개혁 통해
민간 도전·경쟁의식 살려야

‘보이지 않는 손’ 이론 재조명
‘경제 선순환’ 구조 재구축을

저출산·고령화 인구 구조로 인한 잠재성장력의 하락, 경제 민주화로 대표되는 분배 중심 정책으로 국가의 전반적인 성장동력이 떨어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다시 경제학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경제 정책과 각 경제 주체의 의식 개혁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애덤 스미스가 1776년 당시 함께 잘살기 위한 방법론으로 ‘국부론’을 저술했을 때처럼 우리 사회의 각 경제 주체가 이 시대에 맞는 ‘신(新)국부론’을 함께 써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과감한 규제 개혁, 기업과 가계의 건전한 도전·경쟁의식의 회복, 부의 증대를 통한 새로운 개념의 분배 정책 등을 통해 ‘경제의 선(善)순환 구조’를 다시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의 규제 개혁부터 우선=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중상주의 이념에 따라 국가가 경제 주체에 각종 규제를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부론 4편 9장에서 스미스는 “특혜를 주거나 제한을 가하는 모든 제도가 완전히 철폐되면, 분명하고 단순한 자연적 자유의 제도가 스스로 확립된다”며 “이 제도하에서 모든 사람은 자신의 근면·자본을 바탕으로 다른 누구와도 완전히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경제 질서는 각종 특혜나 제한으로 얼룩져 있다. 현진권 자유경제연구원장은 “경제 도약을 위해서는 각 경제 주체에 대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규제는 할 수 있는 것을 법령에 세세하게 밝혀 두는 ‘포지티브’ 방식인데 모든 것을 다 풀고 할 수 없는 것만 명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원장은 “경제 주체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새로운 부(富)가 창출될 수 있다”며 “지금까지와 비슷한 방식으로는 새 성장론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민간의 도전·경쟁의식=정부의 규제로 인한 비정상적인 경쟁 질서가 형성되고 기업들도 언제부터인지 이에 익숙해지고 있는 현상도 우리 경제를 병들게 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기업이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하지만, 이러한 본분을 잊은 채 돈을 쌓아놓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 산업화 초기 불가능에 도전했던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기업 투자의 원천이 돼야 할 가계의 저축은 계속 줄어들고 부채만 급격히 늘어나는 이상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선순환의 질서가 파괴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그동안 안락한 독과점의 유혹과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고 지적한다. 최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기업 활동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듯한 태도가 기업에서 먼저 나오는 현상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국내에서 ‘신국부론’을 출간한 좌승희 전 경기개발연구원장은 “기업은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해야 하고, 가계는 번 돈을 아껴 저축을 해야 한다는 게 경제학의 기본 원리지만 지금은 완전히 거꾸로 돼 있다”며 “각 경제 주체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좌 전 원장은 “최근 기업 구조조정 국면을 보면 기업이 활동하다가 무너질 경우 과감하게 정리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며 “기업끼리는 국경을 넘어서라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여기에서 더 많은 부가 창출되고, 이것이 가계 등 사회 곳곳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이지 않는 손’ 재조명=경제 민주화로 대표되는 분배론이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이론을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미스는 국부론과 함께 그의 주요 저서 중 하나인 ‘도덕감정론’에서 “거만하고 냉혹한 지주가 수확물 전부를 혼자 소비하겠다고 상상하는 것은 헛일”이라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토지가 모든 주민에게 똑같이 나눠졌을 경우에 있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생활필수품의 분배를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스미스는 사회 전반적인 기준에서 생활필수품이 더 많은 개인에게 공급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분배는 충분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굳이 지주에게 더 많은 것을 사회에 기부하라고 요구할 것도 없이 그 자신을 위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최고의 분배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라며 “오늘날 우리에게 분배 정책의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고 말했다.

분배 정책 방식을 전반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현재는 복지 수당 항목이 지나치게 많고 중간에 새는 돈도 많아지게 돼 있어 시스템이 잘못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