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 801호 서울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성적 만능주의를 지적하면서 “초·중생은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무조건 놀게 해야 한다”는 소신을 펴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도도하고 위압적인 흐름에 비춰 한때의 유행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식정보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변화, 산업과 고용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넘어 인간의 삶 전반에 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말 그대로의 혁명이다. 인공지능(AI)에 의한 완전 자동생산, 로보 어드바이저, 진료지원 인공지능 시스템(화이트 잭) 등등. 변화상의 나열은 끝이 없다. 석학들은 그중에서도 창의성 교육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이 세상 변화에 부응하는 근본적 패러다임 변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의미다. 외국은 이미 멀리 나아가고 있다. 초·중등단계에서 칸 아카데미, 알트스쿨과 같은 새로운 교육모델이 등장했다. 대학교육에서도 MOOC, 미네르바 스쿨처럼 가히 혁명적이라 할 움직임이 시작됐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점수를 짜게 줄 경우 개념과 방향에서만큼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탈 정도의 채비는 갖춰나가고 있다. 1년 전 밑그림을 그리고 2018년 시행되는 ‘2015 개정교육과정’을 통해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내년에야 실천에 들어가니 한마디로 갈 길이 너무 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조용하면서도 혁신적인 변화의 맹아가 곳곳에 뿌려져 일선 현장에서 커가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학기제, 학생부종합전형, 대학의 자율성·다양성 확보를 위한 정책 변화 등이 주목할 만한 맹아다. 각각의 장점을 어떻게 끊어지지 않는 고리로 연결해 나갈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이들 맹아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가 강했다.

“4차 산업혁명에 들어와서 우리의 교육시스템을 거기에 맞게 바꿔나가야 하고, 학생들에게 새로운 가치·창의성·도전정신, 더불어 협업하는 인성을 교육해야 한다. 자유학기제 도입,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이미 상당히 변화하고 있다. 대학도 앞으로는 교육부가 주도하는 사업에 따라 끌려오는 식이 아니라 자율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개편안이 준비됐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교육개혁 변화가 점진적으로 확산되면 우리가 다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확립할 수 있다고 본다. 과거 고도 압축 성장기에는 선진국을 쫓아가는 추격형으로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우리 앞에 쫓아갈 대상이 없어진 만큼 우리가 새로운 것들을 해나가야 한다.”

이 부총리는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 801호 서울집무실에서 진행된 100여 분 동안의 인터뷰 내내 ‘미래’를 논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문제점을 일거에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한 교육 현실을 토로하면서도 교육주체의 3박자가 맞아떨어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창의·융합 교육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학생들이 만족하고, 이를 통해 학부모·사회에 만연한 ‘시험성적 만능주의’ 인식에 변화가 발생하며 정부의 불합리한 교육규제 철폐와 대학의 자율성 확보가 모두 잘 어우러질 경우다.

‘이준식표 교육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까. 3박자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게 까다로워 보이는 데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느낌에 이 부총리가 숨겨놓은 묘책이 과연 있는지, 방법론이 궁금했다.

―4차 산업혁명의 엄청난 파도에 비해 교육부의 대비책은 다소 안이한 느낌이다.

“지금까지 교육의 방향이 대학입시 하나만을 향해 가고 있어 그런 지적이 나온다. 사실 우리 교육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교육’이다. 초·중교의 과도한 선행학습, 과외는 모두 고교 진학이나 대학 진학시험을 잘 보기 위한 것이었다. 바꿔나가야 한다. 핀란드·영국·캐나다 등 각국은 미래세대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도 변화는 시작됐다. 하나씩 보자. 자유학기제라는 것을 도입하면서 상당히 변화하고 있다. 교실 수업 모습도 달라졌다. 학생들도 행복감을 느끼게 되고 선생님도 보람을 느낀다. 학생이 집에 와서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학부모도 변화를 느끼는 것이 자유학기제가 불러온 변화다. 그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가고 대학에 갈 것이다.”

자유학기제란, 중학 3년 중 단 한 학기 동안만이라도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토론과 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을 운영하고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다. 1주 10시간 이상, 학기당 총 170시간 이상을 편성하도록 돼 있다. 점심시간 이후에는 학생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식으로 6개월만큼은 자유가 확보됐으니 이중적 의미에서의 자유다. 식사 뒤 수업시간에 조는 건지, 자는 건지 비몽사몽으로 학창시절을 보냈던 부모세대의 경험보다는 적어도 몇백 배는 나아 보이는 대목이다. 그래도 연속성이 없다면 무슨 의미일까.

이미지 크게보기 이준식 부총리가 인터뷰 도중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추진 관련 질문을 받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김낙중 기자

―자유학기제 세대가 고교에 진학한다고 하지만 결국 중학교에만 국한되는 제도 아닌가. 고교생 학부모도 반대할 게 뻔하다.

“사실 지금 고등학교 학부모들은 그 의미를 잘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자유학기제를 통해 일반 교과 수업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수학에서 이론과 문제풀이뿐만 아니라 일생생활과 연계해 학생들의 흥미를 높인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음계와 연계해 수학 시간에 학생들이 악기를 연주한다. 사회과목 시간에는 일방적으로 선생님이 이론을 강의하는 게 아니라 팀끼리 스터디를 하고, 내용을 발표·토론하는 학습으로 바뀐다. 빈대떡을 요리하는 요리실습 시간에 수학을 함께 공부하기도 한다. 창의성과 융합교육이 이뤄지는 셈이다.”

―고등학교는 입시지옥의 현실에 갇혀 있다는 점에서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결국 단절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 텐데.

“이런 점을 학부모들이 이해하면 앞으로는 변화가 올 것이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도 계속 추진해야 할 정책이다. 입시와 관련해 말하면 학생부종합전형에 의한 대학진학도 70% 정도를 넘어가는 상황이 됐다. 대학 입학처장들을 만나 얘기해 보면 스스로의 능력으로 문제 해결을 하며 창의력과 자신감을 키워온 학생과 학원같이 외부에서 만들어진 학생이 대학에서 공부하는 걸 보면 차이가 크다고 한다. 그러면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인재를 더 많이 뽑겠다고 하더라. 심지어 한 대학 총장은 학생을 충분한 면접 시간을 갖고 뽑을 수 있도록 입시를 7월로 당겨달라는 요구도 했다. 당장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대학이 이렇게 바뀌면 단순한 암기학습, 선행학습을 위한 사교육은 낭비가 되는 때가 올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한다.”

―창의 교육이라고 해도 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 등 북유럽이나 미국·영국이 길게는 20∼30여 년 전부터 시작했던 것에 비해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실행이 늦었다기보다는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전환이 느렸다. 좋은 성적을 얻고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다니는 것이 교육의 지향점이 돼 있었다. 학부모들이 자기 자녀에 대해서 그런 방향으로만 유도를 해나가는 상황이었다. 그런 것들이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다행스러운 것은 자유학기제 때문에 자녀들 성적이 더 올라간다는 결과를 학부모들이 직접 보게 됐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핵심역량을 키우는 교육이 이뤄진다.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강조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강화 등이다. 새로 교과서도 만들고 선생님도 연수 간다. 기본 취지는 교과목 수를 줄이고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예체능을 늘리고 인문학과 결합시킨다. 이런 것들이 4차 산업혁명과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맞아 떨어져 있다.”

―1월 교육부 장관으로 처음 왔을 때 첫 지시사항이 자유학기제의 전면시행이라고 들었다. 일련의 창의성 교육 확대 정책을 밀어붙인 계기가 있는가. 이공계 출신으로서 교육철학을 따로 연구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자유학기제는 전면 확대해 올해부터 중학교에서는 100% 실시되고 있다. 교육철학이라기보다는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고 불쌍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10여 년 전, 조카 집에 갔는데 책상에 성적표가 있어서 우연히 봤다. 초등학생 때 전체 학원연합회에서 공통적으로 시험을 보는 게 있나 보더라. 성적표에는 ‘이 학생은 어느 대학 어느 학과 지원 가능’, 이런 식으로 씌어 있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초등학교 어린이인데, 이건 아니다고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초등학생, 중학생은 무조건 놀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후 대학(서울대 공과대학 기계항공공학부)에서 강의하면서 토론수업을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혀 안 됐다. 주제를 던져놓고 얘기하라 하면 모두 조용히 있더라. 안 되겠다 싶어 과제를 준 뒤 각자 나와서 발표하라고 했다. 그것도 실패했다. 발표 뒤에 아무런 피드백이 없었다. 몇 년 동안 매 학기 처음 시기에 시도하다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대학원에서도 보면, 석·박사도 논문 주제를 못 정한다. 결국은 교수가 정해줘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점들을 고민해오다 마침 (교육부 장관으로서) 기회가 와서 정책으로 해봐야겠다 결심했다.”

요즘 창의성 교육의 대명사로 꼽히는 외국 학교들은 파격이 특징이다. 칸 아카데미는 초·중·고 수준의 수학·화학·금융·예술 등 4000여 개의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210개국에서 연간 4000만 명이 이용한다. 알트스쿨은 나이·학년이 아니라 흥미와 특성에 따라 학급을 편성하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콘텐츠 제공·학습관리 및 평가·분석을 실시한다. 미네르바 스쿨은 물리적인 강의실 없이 4년간 실시간 온라인 교육을 전면 실시한다. 전 세계 곳곳에 기숙사를 설치해 학년별로 학생들이 순환한다. 초·중·고 시절에 길러진 창의성·융합 사고가 전문적인 영역으로 깊어지고, 사회 직장생활을 하는 데 있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시스템으로 이어지려면 대학과정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부총리가 지적했듯 논문 주제 하나 정할 능력이 없는 대학(원)생도 문제지만, 학생을 이끌 대학 측의 역량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불행히도 한국의 대학처럼 교육부의 ‘돈’을 받아내기 위해 대학정책 뒤집기를 밥 먹듯 하는 경우도 드물다. 교육부에 끌려다니니 대학정책의 연속성이 없다. 창의성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왜 우리는 미네르바 스쿨과 같은 파격이 나오지 못할까. 자유학기제, 학생부종합전형 취지가 대학으로 연결되는 고리도 없어 보인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자율성과 다양성이 핵심 가치다. 정부에서 대학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하면 안 된다. 다양한 모습의 대학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형태도 있을 수 있지만 실험적 형태의 대학이 공존해야 한다. 그동안에는 교육부 주도로 톱다운(Top down) 방식의 재정지원사업을 10여 개씩 추진했다. 재정이 어려운 대학은 자기네 대학에 맞는 사업만 택해서 해야 하는데 지표가 정해져 있으니까 공통적인 지표에 강점을 가진 대학이 몇 개씩 사업을 가져가는 문제가 있다. 대학마다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

―교육부가 줄 세우기를 한 때문 아닌가. 대학에서 그런 점에서 불만을 토로하던데.

“줄 세운다는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교육부가 왜 대학을 컨트롤하겠는가. 아무래도 제한된 재정에서 선정된 학교는 적으니까 불만이 나올 수 있는데 교육부도 그 점에 대해 반성한다. 그런 얘기가 안 나오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대학에 가해지는 규제는 풀어나가려고 한다. 그런데 자율성에는 책임도 따른다. 비리를 저지르는 대학이 생기니까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내고 멀쩡한 대학도 규제 안에 들어가는 문제점이 있었다. 앞으로는 규제를 풀되 잘못한 대학에 대해서는 강한 제재를 가하는 선별적인 방법으로 갈 것이다. 여러 제재 중에는 말도 안 되는 제재가 많다. 일례를 들면, 한 대학 총장은 취임해서 학교에 갔더니 회의하는데 항상 다과가 깔려 있어서 ‘별로 먹지도 않는데 하지 말라’고 했더니, 직원이 ‘회의를 했다는 증빙을 영수증으로 남겨 교육부에 제출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확인해 보니 교육부는 또 요구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 정도로 불신의 사회다. 특히 교육부 산하기관은 회계감사하니까 그런 상황이더라.”

이 부총리는 대학의 자율성·다양성을 강조하면서 7월 15일 발표한 대학자율역량 강화사업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만큼 교육부로서는 획기적이고 중요한 사업이라는 의미다. 이 부총리는 “외부의 줄 세우기 비판 등에 대해 교육부가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미래를 위해 만든 것이 교육재정지원사업 방식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런 획일성을 없애기 위해 얼마 전 재정지원사업 개편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앞으로 정량적이고 획일적인 지표를 없앨 것이다. 대학별로 실용대학으로 간다, 산학협력 중점대학으로 간다, 연구중심대학으로 간다, 교원양성대학으로 간다, 예체능대학으로 간다 등을 결정하게 할 것이다. 대학 스스로 평가지표 자체를 설계하고 설계된 평가 지표를 기준으로 발전 방향을 제시해 오면 교육부는 타당성을 평가해 지원할 방침이다. 톱다운이 아니라 보텀업(Bottom up)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앞으로는 대학마다 특성이 다르면 단일한 지표를 적용할 수도 없게 된다. 그동안 대학은 사업비를 따내기 위해 대학이 갈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지표를 맞춰갔다. 그 과정에서 대학이 지표를 맞추기 위해 이상한 편법들이 동원된 사례도 있었는데 개선될 것이다. 그런 것을 없애고 대학 스스로 중요한 부분을 찾아가도록 할 것이다.”

―대학정책의 180도 전환인데 반대는 없었나.

“물론 반대가 있었으나 다 해결됐다.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어떤 목적사업을 설정하고, 성과를 도출해야 하니까 교육부와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기재부를 설득해 항목별이 아니라 대학에 통예산으로 지원키로 결정했다. 대학은 그 예산을 자율 편성하게 된다. 이 같은 기조와 방식은 앞으로도 꾸준히 유지돼야 한다.”

―기존의 교육부 사업 등은 어떻게 되는가. 공학 분야를 키우고 인문학을 훼손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프라임(PRIME) 사업이나 인문역량강화사업이라는 코어(CORE) 사업은 계속 추진되나.

“이들 사업은 일단 한시적으로 추진했었던 사업들이다. 사업별로 어떤 사업은 내년에, 다른 사업은 후년에 끝난다. 끝나는 사업이 없어지면 그 예산을 다 한 바구니에 담아 대학역량강화사업에 모은다. 완성은 2018년에 된다. 일단 일몰제가 적용된 사업이 없어지고 2018년부터는 대학 특성에 맞게 교육부가 판단한 데 따라 대학별로 지원하는 액수도 다 달라진다.”

―대학의 반응은.

“대학 총장들 20∼30명씩 주말마다 만나 서너 시간씩 토론했다. 총장들은 만족한다. 특히 좋아하는 총장이 특수대학이나 외국어대같이 특성화된 대학이다. 이들은 그동안 재정지원사업에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조그만 규모의 대학은 큰 대학과 상대가 안 되지만 좋은 학교들이 많다.”

―거꾸로 입시 상위권 대학이나 큰 대학들은 싫어하지 않나.

“큰 대학들은 교육부 사업에 별로 신청하지도 않았다. 상당 부분 대학들이 재정적으로 열악하니까 대학의 지향과 관계없이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신청하려고 했던 난점이 있었다.”

―대학의 자율성이 이 부총리가 추진 중인 정책 몇 가지로 다 해결되지는 않을 텐데 어떤 부분이 보완돼야 한다고 보나.

“나도 교수생활을 했지만 교수사회는 진짜 안 바뀐다. 하지만 교수들 간의 경쟁시스템이 갖춰지고 있고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간 경쟁이 시작됐다. 달라지는 모습들이 나타나면서 대학 총장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 면에서 대학도 이전보다는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유학기제·학생부종합전형·대학재정지원 방식 변화 등 일련의 정책들이 효과를 거두는 데 최소 몇 년이나 걸릴까.

“빠르면 5년, 늦게 잡아도 10년 이내에는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학생이 고등학교 가기까지 2년 정도, 고등학교 3년 이후 대학갈 테니까. 이와 더불어 고졸 취업 활성화 부분이 달라질 것 같다. 현재는 사회적 인식이나 취업절벽 때문에도 그럴 수 있겠지만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진학이 늘고 있다. 그리고 미세한 차이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대학진학률이 69.8%로 70% 밑으로 떨어졌다. 고졸자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고 능력 중심사회로의 기반이 마련되면 학력 인플레이션에 따른 사회적인 비용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6대 교육개혁과제가 담고 있는 기본적인 철학에는 공감한다고 믿는다. 자유학기제·공교육정상화·선취업후진학·일학습병행·사회수요맞춤형 교육·지방교육재정 효율화 등이다.”

―한 발 더 나아가 현재 입시제도를 폐지하고, 대학이 전적으로 알아서 학생을 뽑도록 하는 과거 본고사 부활과 같은 방안은 고려하지 않나.

“그 부분까지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 지금 현재 전형시스템이 잘 정착되어 가고 있는데 대학이 이를 마음대로 다하라고 풀어 놔줬을 경우 이전과 같은 형태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하지만, 급격한 변화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우려된다. 입시정책을 지금 현재 범위에서 학교별로 다양화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부총리가 10년 이내에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 데 맞춰 10년 후를 예고하면 미리 준비도 하고, 혼란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교육부 입장에서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양한 형태의 전형이 이뤄지고 있고 대학에서도 교과 성적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잠재력과 여러 능력, 인성을 보는 상황이니까 충분히 성숙된 단계에는 풀어도 될 것 같긴 하다.”

끝부분에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부 폐지론’에 대한 동의 여부를 따져 물었다. 실제 현장 여론에서도 교육부를 폐지하면 교육정책이 바로 선다는 평가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이 부총리의 답변은 어정쩡했다. “그런 말이 있는 것은 들었고 맞는 측면도 있는데…. 여러 가지 정책을 수립하는 데 교육에 대한 의견들이 (다른 국가현안보다) 하도 많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 여전히 교육을 담당할 국가 행정조직은 필요하다고 본다. 아니면 누가 그 일을 하겠는가.”

이 부총리는 특히 “교육이 모든 국민의 관심사항인 만큼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들이 많아 모두가 만족하는 정책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 예로 교과서 갈등을 들었다. “역사교과서 개발의 경우, 취지는 학생들이 올바른 국가관을 함양할 수 있도록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고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교과서를 개발하려는 것이다. 이런 취지가 왜곡돼 알려지고 정치적 입장이 개입되면서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바른 역사교육은 시대적 사명인 만큼 지속적 홍보를 통해 본 취지를 알리고, 다양한 검증절차를 거쳐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역사교과서 개발에 힘쓰겠다.”

인터뷰 = 김상협 사회부장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