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식당에 손님 몰리자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 통보

결혼 시즌에 꽃시장 얼어붙어
화훼거래량 전년比 22%줄어

서울 종로구에 있는 A복집을 운영하는 S 씨는 한창 바빠야 할 저녁 시간에 하릴없이 게임만 하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9월 28일 이후 손님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자칫 우울증에 걸릴까 봐 보다 못한 종업원이 스마트폰 게임을 알려줬다고 한다.

S 씨는 26일 “1, 2층 합쳐 60석 가까이 되는데 저녁 시간에 손님이 딱 2명뿐이었던 날도 있다”면서 “이렇게 장사가 안되는 건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복 지리탕을 1인당 2만 원으로 가격을 내리고, 복집에서는 이례적으로 삼겹살 메뉴까지 도입하면서 자구 노력도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청탁금지법 탓에 초등학생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서울 B초등학교 학생들은 생일은 맞은 담임선생님을 위해 4200원짜리 초코파이 케이크라도 만들어 드리려 했지만 청탁금지법 때문에 할 수 없었다. 지난 5월 스승의 날에는 3만 원짜리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조촐한 파티라도 했었는데 선생님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포기한 것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한 달 동안 사회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상인들은 법 시행 전 우려가 현실이 돼버렸고, 사은(師恩)에 보답하려는 초코파이 동심(童心)이 상처받는 등 법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날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반사이익이 기대됐던 중·저가 식당들도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고가 식당에서 손님들의 발길이 옮겨오면서 호황을 맞자 건물주들이 “장사가 잘 되니 임대료를 올리겠다”고 통보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장은 가을철이 극성수기여서 예약은 모두 차는 편이지만, 경영 상황은 곪을 대로 곪고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관계자는 “날짜가 임박해 부킹하면서 할인된 가격에 부킹하는 경우가 많고,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매출은 큰 폭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결혼 시즌 등으로 ‘대목’을 맞아야 할 꽃시장도 얼어붙었다. 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화훼 거래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가량 줄어든 196만9000속이었다.

장석범·이민종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