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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클래퍼 美DNI 국장
‘核동결’ 초점 맞춘 발언 파장

국무부 “정부 입장 아냐” 진화

미국 정보기관 최고책임자인 제임스 클래퍼(사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25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가능성을 사실상 부인하면서 핵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책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즉각 “정책 변화는 없다”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한·미의 대북정책과 어긋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백가쟁명식 북핵 해법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결국 차기 정부가 현재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초강경 제재 정책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클래퍼 국장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세미나에서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는 개념은 아마도 ‘실패한 것(lost cause)’이라고 본다”면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그들의 생존 티켓(ticket to their survival)’”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우리가 희망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일종의 ‘제한’”이라며 “북한은 이마저도 우리가 그냥 요구한다고 순순히 하지는 않을 것이고, 어떤 중대한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북한이 핵능력을 확장하지 못하도록 핵동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DNI는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기구로 국장은 수시로 대통령을 독대해 직보한다. 클래퍼 국장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의 ‘선(先) 비핵화 의사표시, 후(後) 협상 재개’의 대북협상 원칙에 대한 수정의 필요성을 내비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버락 오바마 정부는 현재의 대북 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클래퍼 국장의 발언은) 우리 정부의 입장이 아니다”면서 “우리의 정책 목표는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과거의 북핵 대화파들이 복귀할 경우 물밑에서 언급되고 있는 대북 협상론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와 조지프 디트러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등이 참여한 ‘트랙2’ 북·미 접촉도 클린턴 행정부를 위한 대북 새판짜기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클래퍼 국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처 방안과 관련해 군사적 옵션도 한 방법이며, 대북 정보 유입이라는 효과적 무기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