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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정치권 때문에 개그프로, 막장 드라마가 설 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 아닌 우스갯소리가 나돈다. 국감 질문 중에 여성 의원을 상대로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하는 등 실제 상황이 코미디 저리 가라 하기 때문이다. 또 최순실(60) 씨와 딸 정유라(20) 씨의 행태를 보면 막장 드라마보다 더하다. 필자는 2년 전 이 칼럼(2014년 7일 1일자 ‘비선의 법칙’)을 통해 친박 핵심 인사들도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을 움직이는 실세의 실체를 모르겠다고 한탄하는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때는 정윤회 씨를 지목했지만 지금 와서 드러나고 있는 의혹들을 보면 정 씨는 ‘비선의 깃털’이고, 그의 전(前) 부인인 최 씨가 몸통이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고리 3인방은 생살이지만 최순실은 오장육부”라던 한 전직 청와대 인사의 말이 새삼 와 닿는다. 그는 살은 도려낼 수 있지만 오장육부가 없으면 죽는다고도 했다.

단시간에 대기업으로부터 800억 원이라는 거금을 모금해 두 개의 재단을 만들어준 전국경제인연합회. 원서 마감 이후에 딴 금메달을 소급 적용해 최 씨의 딸을 합격시키고 온갖 학점 편의를 다 봐준 이화여대. 최순실의 최 자(字)만 나와도 ‘결사옹위’하는 새누리당 친박. 최 씨를 거슬리게 했다고 직원을 좌천시키고 결국 퇴직하게 만든 문화체육관광부. 이 정도면 ‘비선 왕(王)’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친구도 없고 친인척도 멀리한 박 대통령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부터 옆을 지킨 최 씨에 대해 절대적 신임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신임이 넘치면 권력이 되듯이 최 씨가 사적인 영역을 넘어 공적인 영역까지 개입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최 씨 회사인 ‘더 블루 K’ 이사이고, 박 대통령이 즐겨 가지고 다니는 핸드백을 만든 회사의 대표인 고영태 씨의 말을 인용해 “최 씨가 박 대통령 연설문 손보는 일까지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가끔 박 대통령 발언이나 연설문을 보면 전문가 솜씨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 종종 있었는데, 최 씨 때문인지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최 씨는 현재 독일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도 미국에 ‘도피’ 중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들은 권력이 영원히 자신을 보호해 줄 것으로 생각할까, 아니면 영원히 해외를 떠돌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