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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경제산업부 차장

지난해 세수 200조 원 시대를 연 국세청의 징수 ‘호황’이 올해 들어서도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1~7월에 거둔 세수는 150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조1000억 원 늘었다. 세수 진도비는 67.2%로 전년(62.4%)보다 4.8%포인트 증가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데 세금은 잘 걷히고 있으니 의아하다는 반응들이 쏟아졌는데 국세청 설명은 이렇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4.9% 성장했고 법인 영업실적이 개선된 점, 민간소비가 증가한 ‘긍정적 경제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체감경기와는 한참 괴리가 있는데 국회 예산정책처가 자세히 분석해 내놓은 결과와는 좀 차이가 있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지난해 말 대출규제 강화 전망에 따른 부동산 거래 증가의 영향이 컸고, 법인세는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비금융법인의 수익성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수출 저조로 인한 환급금 감소도 반영됐다.

요약하면 세금 징수의 시차, 환급 감소 등의 일시적 요인과 과열 논란이 야기된 부동산 시장 호조세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긍정적 경제요인이란 이름을 붙이기에는 어색하다. 경기 부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재정 투입과 함께 선택한 부동산 정책이 영향을 줬을 뿐, 경기 개선의 긍정적 요소가 세수 증대에 입김을 불어넣은 건 찾기 힘들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앞으로 국세수입 증가세가 제약을 받을 것이란 지적이다. 금리 인상 가능성,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인상, 13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가계부채에 따른 소비 제약이 그것이다.

부동산 시장과 함께 세수 증대에 톡톡히 이바지한 또 하나의 ‘효자’는 담뱃세 인상 영향으로,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다시 논란이 됐던 담배다. 올해 담배 반출량은 정부 예상치인 34억6000만 갑을 뛰어넘어 최대 40억 갑에 달하고, 이에 따른 세수도 13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10년 만에 담뱃값을 올려 금연효과를 유도하겠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서민의 세 부담을 늘려 세수 증대 효과만 불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대목이다.

세수는 나라 살림의 보루인 국가 재정의 수요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역할을 맡은 중요 시스템이다. 외형상 호조를 보이고 있다면 좋지만, 그 내용을 보면 이처럼 한국경제가 처한 위기 상황이 오롯이 투영돼 있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내수 증가율 둔화, 수출의 기록적 감소, 기업 매출의 부진, 주력 성장 업종의 도미노 구조조정 등 온갖 악재 속에 내년 성장 전망마저 2%대로 극히 불투명한 처지에서 경제운용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2의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엄습하고 있는데 구조조정은 더디고, 경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대선은 한 발 한 발 다가오고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한국경제의 7대 이슈로 대선에 따른 성장과 분배 논쟁, 3%대 성장 여부, 가계부채, 구조조정 속 고용위축, 소비 불황의 돌파구 마련, 무역 1조 달러 재도전, 대내외 불확실성 완화와 내수심리 회복을 제시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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