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채소로 끓여낸 채소매운탕은 고기나 생선 반찬이 주메뉴인 경우에 국물 요리로 내놓을 만한 건강식이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때로 미디어의 힘은 크고 넓다. 특히 건강이나 다이어트에 대한 식생활 정보는 더욱 빨리, 넓게 퍼지는 듯 하다. 최근 미디어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화제가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다.

한 방송에서 고기와 버터 등으로 지방을 70% 이상 섭취하고, 탄수화물은 10% 이하로 줄여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내용을 내보냈다고 한다. 그 뒤로 직원들 사이에서 방송 내용이 언급되더니 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전문가 의견도 여럿 나왔다. 우리 한식당 손님 중에도 이 방식의 다이어트를 실험하는 분이 있는지 손님상에 내보낸 고기는 싹 비웠는데 밥은 절반 이상 남아 돌아오는 일이 늘었다.

한동안은 채식 열풍이 불기도 했다. 유명 여가수가 채식주의자임을 밝힌 시점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채식 메뉴 주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 미디어에서 현미밥이 좋다고 하면 현미밥 요청이 늘고, 당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하면 후식의 인기가 떨어진다. 한식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공부한 내 시각에서 음식은 ‘적당히,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건강 유지 및 다이어트를 염두에 두고도 해당된다. 이러한 식습관이 멀리 보면 인류건강 및 동물복지와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어릴적 우리 아버지께서도 ‘항상 한 수저 더 먹고 싶을 때 수저를 놓으라’고 가르치셨다.

오늘 소개할 음식은 채소만 넣고 끓인 ‘채소매운탕’이다. 흔히 ‘매운탕’이라 하면 생선이 주재료이고 채소가 부재료 역할을 한 매운 국물음식을 떠올린다. 닭고기나 소고기를 주재료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부재료인 채소를 주재료의 자리에 세웠을 때 재료 하나하나가 가진 질감과 향, 맛이 더욱 배가됨을 느낄 수 있다.

채소매운탕은 고기나 생선 반찬이 주메뉴인 경우에 국물 요리로 내도 좋고 고기를 자주, 많이 먹었을 때 한끼 정도는 채소로만 밥상을 차리는 것도 영양균형 및 입맛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 준비했다.

채소로만 매운탕을 끓인다고 하면 ‘그것을 무슨 맛으로 먹나’ 하겠지만 막상 맛을 보면 살짝 풍기는 들기름 향에 칼칼하고 개운한 국물, 버섯과 고사리, 토란대 등이 어우러진 감칠맛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내가 대안스님에게서 사찰음식을 배운 뒤로 가장 자주 만들어 즐기는 음식도 이 채소매운탕이다. 특히 지금 한창인 가을 제철버섯을 적극 활용하면 버섯의 향미와 감칠맛이 어우러져 더욱 이 계절에 어울리는 별미로 즐길 수 있다.

한쪽에서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화두인 가운데, 지난 10월 1일 서울혁신파크에서는 ‘제2회 비건 페스티벌’이 열렸다. ‘비건(vegan)’은 고기는 물론 우유, 달걀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뜻한다. 이 외에 유제품과 달걀 정도는 먹는 경우 락토오보베지테리언(Lacto-ovo vegetarian), 우유와 달걀, 생선까지 먹는 사람은 페스코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으로 구분한다.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채식이 가진 긍정적인 의미에 대해서 적극 동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 겸 ‘비건 페스티벌’에 다녀왔는데 소시지, 라쟈냐, 케밥, 버거, 치즈,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 채식주의자를 위한 다양한 음식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만, 한식이 드문 현실은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 유행 덕에 버터가 품귀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너무 짜거나 달지 않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채소, 과일 등을 적당히 골고루 섭취하는 식단만큼 우리 몸에 좋은 것은 없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소개하는 채소매운탕이 밥도둑만큼 맛있어도 밥은 적당히 먹을 것을 권장한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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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2인분 기준)

토란대 80g(2/3컵), 느타리버섯 30g, 생표고버섯 2장, 무 30g, 숙주 60g, 미나리 60g, 삶은고사리 50g, 국간장 1과 1/2큰술, 고춧가루·들기름 1큰술씩, 후춧가루 한 꼬집


만드는 법

1 토란대는 푹 삶아 가늘게 찢어 5㎝ 길이로 자른다.

2 느타리버섯과 생표고버섯은 기둥과 함께 손으로 가늘게 찢는다.

3 무는 1× 5㎝ 크기로 나박나박 썬다.

4 숙주는 머리와 꼬리를 떼어 다듬는다.

5 미나리와 고사리는 5㎝ 길이로 자른다.

6 냄비에 들기름과 고춧가루를 넣고 볶는다. 서로 어우러지면 토란대, 버섯, 고사리, 무를 넣고 볶다가 재료가 잠길 정도의 물을 넣고 끓인다.

7 한소끔 끓어 오르면 숙주와 간장, 후춧가루를 넣고 끓인다.

8 미나리를 넣고 살짝 끓여 완성한다.



조리 Tip

1 말린 토란대에는 독성이 있기 때문에 항상 요리하기 전에 미리 독성을 제거해야 한다. 말린 토란대에 물을 부어서 하루 정도 불리고 끓는 물에 30∼40분 정도 삶아 찬물에 2∼3번 헹구면 된다.

2 채소매운탕을 끓일 때 그냥 맹물보다는 무, 양파, 버섯 등을 넣어 끓인 맛국물을 넣으면 감칠맛이 더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