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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北인권법’ 진실공방

이미지 크게보기2007년 文-宋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기권 경위 등을 담은 회고록 출간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송민순(왼쪽)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기권 결정 2개월여 전인 지난 2007년 8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화하며 청와대 국무회의장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정부의 ‘기권’ 결정이 내려진 과정을 담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둘러싸고 그때 회의에 참석한 당시 통일부 장관인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 등이 잇따라 해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송 전 장관이 ‘진실만을 썼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데다 해명에 나선 이들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드러나고 논리적으로 의구심을 자아내는 대목도 있어 진실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1월 20일 쪽지’는 무엇 = 2007년 11월 21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송 전 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 회의에 수행하던 중 백 전 안보실장에게서 받았다는 ‘쪽지’의 성격과 내용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이 쪽지가 북한에서 온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해 놨다. 이 쪽지가 ‘대북 사전 문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셈이다.

반면에 백 전 실장은 17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쪽지에 대해 “송 전 장관이 본 문서는 내가 청와대 참모진으로부터 받은 팩스 문서를 건네준 것으로, 국가정보원의 대북 동향 보고였다”고 말했다. 백 전 실장은 “오래전 일이라 내용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북한인권결의안에 정부가 기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북측이 부정적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표측 김경수 의원도 “(유엔 표결을 앞두고) 마지막에 북한 동향이나 반응을 점검해서 보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송 전 장관 회고록에 나오는 ‘쪽지’ 내용은 남북 간에 오가는 쪽지나 서신이라기보다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기권’ 최종 결정 시기는 = 송 전 장관은 11월 15일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 16일 노 전 대통령 주재 회의, 18일 서별관회의 등 세 차례 회의에서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8일 회의 후 북한에 물어본 뒤 ‘기권’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반면에 문 전 대표 측과 백 전 실장,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 이 전 장관 등 다른 당사자들은 모두 11월 16일 회의에서 ‘기권’ 결정이 내려졌다고 입을 모았다. 노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의 독대 요청을 받아들여 11월 16일 청와대 관저에서 비공식 회의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결의안 ‘찬성’을 주장하는 송 전 장관과 ‘기권’을 주장하는 이 전 장관 간 격론을 지켜본 뒤 “이번에는 통일부 장관 말대로 하는 게 맞다”고 결론 냈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16일 결론이 났는데도 송 전 장관이 노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는 등 계속해서 ‘찬성’을 주장하는 바람에 11월 18일 노 전 대통령이 ‘최종 상황 점검을 한 번 더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16일 ‘기권’으로 결론을 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외교적 상황 변화를 끝까지 지켜본 뒤 유엔 표결 하루 전인 11월 20일 최종 결심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권’ 결정 시 문재인 역할은 = 송 전 장관은 11월 18일 서별관회의 당시 김 전 국정원장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여부 결정과 관련, 북한에 물어보자는 제안을 했고, 문 전 대표가 “일단 남북 경로로 알아보자고 정리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가 소극적이나마 ‘대북 사전 문의’에 동의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다른 회의 참석자들은 “11월 18일 회의 결론은 ‘대북 사전 문의’가 아닌 ‘사전 통보’를 하자는 것이었고, 문 전 대표는 다수의 의견을 따랐을 뿐 자신의 의견을 먼저 말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오남석·김다영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