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절대적 안보과제다. 한국과 미국의 역대 어느 정부, 어느 정권도 해결하지 못했다. 대담의 마지막 질문은 ‘모든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고 북한의 핵무기 100기가 실전배치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였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런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역사적으로 네 번째 ‘자존(自存)’을 잃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강력을 확보하지 못해 임진왜란에서 왜(倭)에 짓밟혔고, 구한말 서구열강의 식민지 쟁탈 과정에서 일제에 나라를 잃었고, 광복 이후 냉전 질서 재편과정에서 남북으로 분단되면서 전쟁의 참화를 겪어야 했던 오욕의 역사를 다시 반복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였다. 네 번째 전개방식은 북한이 주도하는 굴욕적 협상에 대한 남한의 수용일지, 원치 않는 전면전 발발인지 역사의 방향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대한민국은 중심에 없다는 전망이다.

최진욱 통일연구원장은 “미국은 공개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지만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는 그만큼 ‘레드라인(금지선)’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모두가 다시 안보 태세를 점검하면서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와 경제발전의 병진노선을 고수하면 북한 체제는 앞으로 극심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최근 북한에서 발생한 함경도 지방의 수해 지역에 대한 민간단체 지원을 정부가 일정 부분 허용하면서 북한의 남한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며 “한반도 위기를 관리하고 북한 주민을 견인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교 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