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청와대의 ‘비선 실세’ 개입 의혹이 불거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결국 해산 결정이 내려졌다. 사진은 야당의 의혹 공세가 연일 이어졌던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 미르재단(왼쪽)과 언주로 K스포츠재단 입구 모습. 뉴시스

- 전경련 전격 발표 배경

‘책임경영 체제’ 강화 위해
재단 사무실 여의도로 이전

정치공세 희석 목적 담긴 듯
각종 의혹 풀릴지는 미지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청와대와 대통령 ‘비선 실세’가 재단 설립과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를 다음 달 안으로 해산하고 이를 통합한 문화체육재단을 신규 설립하게 된 것은 야권의 ‘날 선’ 정치적 공세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통합 재단 설립과 신사업 추진을 통해 청와대와 미르·K스포츠재단과의 관계에 대해 제기된 갖가지 의혹을 불식하겠다는 것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최근 “청와대 개입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내 아이디어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이 추진됐다”면서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고 내가 안을 내고 총괄했고, 재단 설립 뒤에는 재단에 운영을 일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경련이 경제계의 자발적인 참여에 따라 설립했으며 운영상 다소 문제가 발생했으니 재단 운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게 전경련의 논리다.

더욱이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계는 여수세계박람회, 한·일월드컵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등 다양한 문화·체육 행사를 지원한 이력이 있는 만큼 미르·K스포츠재단을 해산·통합한 문화체육재단 운영에 적극 관여하는 것도 큰 문제될 것이 없다고 전경련은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이 이날 배포한 미르·K스포츠재단 해산 관련 보도자료 상당 부분은 신규 문화체육재단 운영 부분에 할애돼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통합 재단의 예산 규모는 750억 원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추정 예산(770억 원)과 큰 차이가 없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남은 자금을 신규 문화체육재단의 예산으로 활용한다고 볼 수 있다.

전경련은 문화체육재단 설립 기본 취지로 경영 효율성 제고, 책임성 확보, 사업역량 제고, 투명성 강화 등 총 4가지를 내세웠다. 그동안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의 운영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또 통합 재단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책임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책임경영 체제 강화를 위해 여의도로 사무실을 이전하겠다고 했는데, 전경련 회관과 가까운 거리에 신규 문화체육재단을 두고 수시로 점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신력 있는 기관·단체들의 이사 후보 추천에 따른 이사 선임, 사업 전문성 강화, 엄격한 경영 감사 등도 내세웠다.

전경련의 이러한 미르·K스포츠재단 해산과 통합 재단 신설 계획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는 각종 의혹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당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의 청와대 개입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