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반응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0월 중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해산과 함께 새로운 재단 설립을 위한 법적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야권은 재단 설립과 관련한 청와대 개입 의혹을 물타기하기 위한 ‘재단 세탁’이라고 비판했다. 전두환정부 당시 문제가 됐던 일해재단이 세종연구소로 변모하는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단의 이름을 바꾸고 사업을 개편하려는 전경련의 움직임은 재단 세탁을 위한 수순”이라며 “재단의 명칭을 바꾸면 그동안의 수익과 지출이 담긴 금융계좌가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숨기고 싶은 사실들을 세탁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렇게 되면 야당이 요구해온 재단의 지출 내역 자료가 사라지게 된다”며 “재단을 세탁할 게 아니라 그동안 기금을 어디에 썼는지에 대한 자료를 투명하게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관석 더민주 수석대변인도 “이번 해체 선언은 전두환 정권에서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됐던 일해재단이 논란 이후 세종연구소로 이름을 바꿨던 것과 유사한 것”이라며 “전경련이 이번 사태가 정권의 게이트로 번질 것 같으니 서둘러 해산을 선언했지만, 이것이 또 다른 무언가를 은폐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철저히 따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재단 해체는)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파행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조사를 막기 위한 꼼수라는 세간의 의혹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태어나서는 안 됐고 존재해서도 안 되는 두 재단은 대기업에서 뜯어낸 출자금을 모두 돌려주고 영구 해산하라”고 촉구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T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과정은 일해재단이 세종연구소로 변모하는 과정과 똑같다”며 “문제가 되니까 그냥 내버려둘 수 없기 때문에 일해재단을 세종연구소로 탈바꿈해서 정상화시키는 그런 과정이 (미르·K스포츠재단 사례에서도)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문화계와 체육계 진흥을 위한 기업의 건설적인 지원이라는 건전한 본래 목적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흠집 잡기가 도를 넘는 상황이었다”며 “정치권의 지적을 받을, 시정할 점들을 시정한 이후 면모를 새롭게 일신하기 위한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