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군사력이 바탕된 중립
500년간 전쟁 휘말리지 않아
全인구 114% 대피 核방공호

지난 1815년 프랑스의 나폴레옹 전쟁에 대한 사후 수습을 위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빈 회의’에서 영세중립국 지위를 보장받은 스위스. 그 후 200여 년 동안 1~2차 세계대전 등 수많은 국제적 무력 분쟁에 스위스가 휘말리지 않고 중립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빈 회의의 지위 보장이 아니라 스위스가 키워온 자주 국방력 덕분이었다는 사실은 안보 위기에 처한 한국이 새삼 되새겨야 할 점으로 보인다.

30일 외교부 자료 등에 따르면 스위스의 중립은 강력한 ‘무장중립’이 특징이다. 스위스는 전 유럽이 전장이 되었던 19세기 나폴레옹 전쟁과 제1·2차 세계대전 때에도 중립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를 자국의 강한 자위력으로 들고 현재에도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스위스의 자주국방과 중립국의 기원은 빈 회의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위스는 중세 시대부터 ‘용병’으로 유럽에 이름을 떨칠 만큼 강력한 군사력을 자랑했다. 국토가 산악 지대에 위치한 영향으로 농사를 지을 땅이 많지 않아 생계를 위해 용병의 삶을 택한 이가 많았던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스위스 용병은 1506년부터 중세 최고 권력자인 로마 교황의 호위병으로 등용되기 시작한 이래 현재도 로마 교황의 호위병으로 활동하고 있다. 1874년 개정된 스위스헌법은 해외 군주들의 스위스 용병 고용을 금지했으나 로마 교황의 호위를 위한 용병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현재 100명으로 구성돼 있다.

무력 분쟁에 휘말리지 않은 역사도 빈 회의의 중립국 지위 보장보다 오래됐다. 스위스는 1515년 프랑스와 베니스 공화국 연합군에 패배한 이후 500년 동안 전쟁에 휘말린 적이 없다고 한다. 또 1618~1648년의 ‘30년 전쟁’(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 간의 신·구교 전쟁)에 개입하지 않은 것이 본격적인 스위스 중립정책의 기초가 됐다.

이 같은 역사적 기원이 있다고 해도 근·현대에 들어서까지 중립국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따라서 스위스는 중립국 지위 보장 후에도 무장중립 정책을 근간으로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병력 수에 있어, 인구가 800만 명으로 비교적 적은 스위스는 ‘개병주의(皆兵主義)’를 병역제도의 기반으로 한다. 이에 일부 장교 등 직업 군인을 제외한 병역 대상 국민(만 19~26세의 남성)들은 평상시 생업에 종사하다 유사시에 48시간 내에 동원 소집되는 민병대에 소속돼 있으며, 동원 시 병력은 22만여 명에 달한다. 한국이 약 5000만 인구에 60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또 각 개인이 총기를 집에 보관하다 동원 시에 들고 나온다는 점도 스위스군의 특징이다.

스위스는 바다를 끼고 있지 않은 내륙 국가이기 때문에 육군과 공군 위주로 군을 편제하고 있다. 지난 2007년 군 개혁 이후 육군은 보병여단 2개, 산악보병여단 2개, 기갑여단 2개, 예비군 여단 2개로 구성됐다.

공군은 최전선 방어 임무를 맡은 3개의 비행 중대가 보유한 총 30대의 F-18 호넷을 비롯해 약 270대의 군용기를 운용한다. 스위스 군은 현대 군사 전력의 최강·최첨단이라 할 수 있는 핵무기는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핵무기에 대한 방어책은 확실하게 구축하고 있다.

스위스는 1963년부터 민방위법에 따라 새 건물을 지을 때 핵 방공호 건축을 의무화하고 있다. 현재 주거지와 병원 등 약 30만 개의 방공호가 있으며 5000여 개의 공용 방공호가 별도로 구축돼 있으며 이는 스위스에서 핵무기가 폭발할 경우 전 인구의 114%가 방공호로 대피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졌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