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텍 포항가속기연구소에 29일 준공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 전경. 중앙에 길게 늘어선 건물이 4세대 방사광가속기다. 오른쪽 둥근 모양 건물이 3세대 방사광가속기.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4세대 방사광가속기 포항에 준공… 세계 3번째

1000조분의 1초 속도
나노세계 현상 파악 가능
은마아파트 762채 규모

항암제·신소재 개발 활용
미세먼지 해결에도 기대

29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텍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준공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맞춤형 신약이나 인공광합성 기술 등 미래 성장동력 산업을 위한 기초 연구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중점 연구·개발(R&D) 사업인 미세먼지 문제 해결 연구나 고성능 경량소재 개발 등 국가전략프로젝트 수행에도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아주 작은 나노(10억분의 1)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필요한 매우 밝고 파장이 짧은 ‘특별한 빛’을 만들어내는 기계다.

29일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따르면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3세대 방사광가속기에 비해 1억 배 밝은 빛을 내고, 파장도 1000분의 1에 해당한다. 3세대 가속기는 모든 위상의 빛이 섞여 있어 낮은 결맞음의 백색광을 내지만, 4세대 가속기는 결맞음이 우수한 X-선 레이저의 성질을 띤다. 이 때문에 3세대 가속기는 구조를 살피려는 물질의 결정을 먼저 만들어내야 하지만 4세대 가속기는 시료가 결정이 아니어도 된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미국 에너지부와 스탠퍼드대가 운영하는 SLAC 국립가속기연구소가 2009년 만든 LCLS(Linac Coherent Light Source)가 세계 최초다. 두 번째는 일본 문부과학성과 이화학연구소(RIKEN)가 2011년에 만든 ‘XFEL-SACLA’이다. 우리나라는 3번째로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하는 국가가 됐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정밀하고 아주 순간적인 현상까지 촬영할 수 있는 ‘초고성능 현미경’으로 다양한 과학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살아 있는 세포와 질병 단백질 구조를 정확하게 분석해 맞춤형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 또 치매나 당뇨,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 항암·항바이러스제, C형간염 바이러스 치료제 등의 개발이나 생체모방기술과 의약품 복합체 연구 등이 잠재적 활용 분야로 꼽힌다.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분석이 어려웠던 광합성 현상 등을 실시간으로 관찰해 ‘인공광합성’ 연구에 응용할 수도 있어 탄소 자원화 기술 개발에도 유용하다.

특히 국가전략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미세먼지 해결에도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매연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저비용·고효율 자동차 촉매변환장치 개발에도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전체 부지 규모는 12만620㎡로, 여의도공원 면적(22만9539㎡)의 절반 정도다. 각종 연구시설 건물의 건축 연면적은 3만6764㎡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4㎡형 762채의 대지 지분(3만6713㎡)과 맞먹는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