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신설된 국민권익위원회 청탁금지제도과의 직원들이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상담 및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 뉴시스

의원과 달리 명확한 규정 없어
분명한 대답 않고 말끝 흐리기

國監에도 여의도 식당가 한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여의도 정가에서 흔히 이뤄졌던 ‘민원 처리’에 대해서도 신풍속도가 연출되고 있다.

국회의 한 보좌관은 29일 “지역주민이 전화로 민원을 부탁할 때 과거에는 ‘알겠습니다’ ‘잘 살펴 보겠습니다’ 등으로 대답했는데 요즘엔 분명하게 답하지 않고 말끝을 흐린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5조에 대한 해석 때문이다. 5조 1항은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2항에서는 선출직 공직자는 예외조항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은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회의원과 관련한 대부분의 사무를 처리하는 보좌진들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또 다른 보좌관은 “공익을 위한 민원은 괜찮다고 하지만 ‘공익적 목적’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모호해, 당분간 민원이 들어오면 일단은 묵혀놔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저녁 여의도 일대는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평소보다 한산했다. 한 초선 의원은 “식비가 3만 원을 넘지 않아 평소 같으면 내가 계산을 했을 텐데, 참석자들이 먼저 더치페이를 하겠다고 제안을 해 나눠서 냈다”고 소개했다. 국감장 풍경도 180도 바뀌었다. 피감기관에서 의원들에게 식사와 숙소 등을 제공하던 관행이 사라졌다.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법 적용에 대한 문의·신고전화가 폭주하는 가운데 내부 제보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김영란법 관련 신고는 신고자가 실명을 기재한 서면 신고가 원칙이고 부정한 목적을 위한 허위 신고 등은 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법 시행 첫날인 28일 경찰청과 권익위 등에 접수된 신고건수는 대부분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법 위반 의심 현장을 목격한 관계자에 의한 것이었다. 30일부터는 공직자 대상 부패방지 교육 의무화, 비위 면직자 취업제한제도 확대 등 부패방지권익위법 및 시행령 개정안도 시행된다.

김동하·인지현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