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교도소에서 연쇄살인범 출신 사형수가 탈옥을 시도해 성공할 뻔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28일 대전교도소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부산·경남 일원에서 9명을 잇달아 살해해 사형을 선고받고 16년째 대전교도소에 복역 중인 ‘연쇄살인범 정두영(47)’이 지난달 초 탈옥을 시도하다 붙잡혔다.

정 씨는 이날 교도소 작업장 내에서 몰래 만든 사다리(높이 4ｍ)를 이용해 삼중 구조로 된 교도소 담을 넘으려고 시도했다. 정 씨는 수m 간격으로 된 교도소 담 3곳 가운데 2곳을 뛰어넘고, 마지막 세 번째 담을 넘기 위해 시도하던 중 붙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철조망으로 된 첫 번째 담에 모포를 던진 뒤 사다리를 걸어 넘었고, 두 번째 담도 사다리를 활용해 넘어섰다. 그러나 두 번째 담에 설치된 감지센서가 울리면서 탈옥 시도가 발각됐고, 출동한 교도소 직원들에 의해 세 번째 담 앞에서 붙잡혔다. 정 씨는 자동차 업체 납품용 전선을 만드는 작업실에서 몰래 탈옥 도구인 사다리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소 측은 정 씨가 작업실에서 탈출도구로 사다리를 만들었는데도 사전에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등 중범죄자 수형관리에 심각한 허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 씨는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까지 부산과 경남, 대전, 천안 등지에서 23건의 강도·살인 행각을 벌였다. 철강회사 회장 부부 등 9명을 살해하고 10명에게 중·경상을 입히는 등 잔혹한 범행으로 당시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정 씨는 금품을 훔치다 들키면 흉기나 둔기 등으로 잔혹하게 목격자를 살해했다. 이후 경찰에서 살해 동기를 진술하면서 “내 속에 악마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정 씨는 2000년 12월 부산고법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상고를 포기하고 현재 사형수로 수감 중이다. 대전교도소 관계자는 “정 씨가 탈옥을 시도한 사실이 있는 게 맞다”며 “정확히 언제 시도했는지 등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전=김창희 기자 c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