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대책 부심 강호인(가운데)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서울역에 마련된 한국철도공사 비상대책본부 종합상황실에서 비상수송대책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국토부 제공

‘초고속 KTX’ 대체인력 운행
3년전 파업 땐 탈선사고 4건

화물열차 운행 4분의 1로 ‘뚝’
시멘트업계 등 운송차질 비상

전국철도노조 파업 첫날인 27일 92.6%였던 평시 대비 열차 운행률이 이틀째인 28일 88.8%로 내려앉았다. 특히 50.6%였던 화물 열차 운행률은 26.7%까지 떨어졌다. 철도노조발(發) 여객·물류 혼란이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핵심인력인 기관사, 정비사, 유지보수인력 등이 대거 파업에 참여하고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대체인력이 투입되면서 승객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현재 무궁화호 운행횟수는 14회로 평시(22회) 대비 운행률이 63.6%까지 뚝 떨어졌다. 화물 열차는 45회에서 12회로 운행률이 26.7%까지 급락했다. 철도 수송 비중이 높은 시멘트업계의 경우 재고가 떨어지는 3~4일 후부터 당장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돼 비상이 걸렸다. 정부 관계자는 “교통·물류의 큰 축인 철도망이 끊기면서 혈액순환 장애가 생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KTX나 수도권 지하철의 경우 지금까지는 정상운행 중이지만 파업 2주차부터는 운행률이 9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최정호 국토부 2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KTX나 출퇴근 지하철, 광역철도 운행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파업에 대비해 대체인력 6043명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평시의 64.6% 수준에 불과하다. 시속 300㎞로 달리기 때문에 숙련도 높은 기관사가 운전하는 KTX에도 대체인력을 활용할 예정이어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 철도경영정책학과교수는 “기관사 자격증이 있고 교육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평소 하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대체인력은 업무에 미숙할 수밖에 없고 사고 확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며 “또 파업 때문에 선로 유지보수를 소홀히 하게 되는데 누적되다 보면 파업 이후 한꺼번에 사고가 터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철도사고보고서에 따르면 철도노조가 수서발 고속철도(SRT) 법인 설립에 반대하며 벌인 지난 2013년 23일간의 파업 당시 탈선 사고가 4건 발생했다. 파업 종료 한 달 후 발생한 탈선 사고의 원인은 파업 기간 차량정비 미비에 따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당장 올 12월부터 운행에 들어가는 SRT와 치열한 경합을 벌여야 하는 코레일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SRT가 저렴한 운임을 무기로 대대적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지만, 코레일은 파업 수습에 급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27일 홍순만 코레일 사장으로부터 철도파업 현황, 대책을 보고받은 뒤 “최근 북한 핵실험과 한진해운 사태로 경제가 위축되고 지진으로 인해 국민이 크게 불안해하는 시점에 철도노조가 불법적 파업을 강행한 점은 유감”이라며 “국민불편 최소화를 위해 비상수송대책의 차질없는 시행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강조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멈춰선 물류 철도와 지하철 노조가 22년 만에 동시 총파업에 들어간 27일 부산 동구 부산진역 컨테이너 야드(CY)에 화물열차가 멈춰서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