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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금지’ 간판 세워 막고
협의 없이 군사시설 설치
소유주 매입요구에도 불응
5년간 사용료 고작 38억

군(軍)이 서울 여의도 면적의 9배에 달하는 사유지를 무단 점유하면서 사용료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갑질’에 지친 토지주들의 밀려드는 매입 요구에도 군은 예산 부족 때문에 제대로 응하지 못하고 있다.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경대수(새누리당)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군은 전국적으로 2505만㎡(약 758만 평)의 사유지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8.6배 규모로 토지가액만 5676억 원에 달한다. 무단 점유는 토지주와 협의 없이 군사시설을 만들거나 ‘출입금지’ 간판을 세워 사적 이용을 막는 형태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군의 갑질에 전국 1만2900명의 지주들이 자신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1812만㎡)와 강원(529만㎡)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인천(49만㎡), 경북(47만㎡), 전남(28만㎡) 등 분포는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었다. 군별로는 육군이 2429만㎡로 전체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무단으로 타인의 땅을 점유하고 있으면서도 군은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379만㎡를 대상으로 고작 38억 원의 사용료를 내는 데 그쳤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17조는 “토지 소유자가 국방부 장관에게 토지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최근 5년간 1398명으로부터 899만㎡의 토지를 매입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403만㎡밖에 매입하지 못하고 있다. 경 의원은 “토지주들의 요청을 수용하려면 총 2851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국방부가 매년 불법점유지의 매입·교환·반환을 위해 편성하는 예산은 연간 200억 원 안팎”이라며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군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무단점유 사유지 중 1201만㎡는 반환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계속 사용해야 하는 토지는 매입 또는 교환 방식으로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