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가을의 몸짓 시간을 초월하고, 나라를 초월한 한국 낭자들은 세계로 향하고 있다. 국화 향기를 가득 머금고서. 2016년 작. 김영화 화백

가을, 골프를 즐기기에 너무도 좋은 계절이다. 코스 주변의 그냥 풍경이었던 갈대는 어느새 양팔을 벌려 갈꽃을 무수하게 쏟아낸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골퍼가 가장 희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에겐가 묻는다면 “자연을 만끽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 만족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어디 그런가. 골퍼의 이면으로 들어가 보면 결국 라운드 후 스코어가 좋아야 한다. 생각하지 못한 성적이 나오거나 미스 샷이 이어지면 “때려치고 싶다” “골프를 끊겠다”고 화를 낸다.

오죽하면 나라별로 골퍼의 특징을 비교해 놓았을까. 영국 골퍼는 클럽을 중시하고 매너에 대한 잔소리가 심하다. 프랑스 골퍼는 패션에 민감하고 파트너에게 매우 시끄럽다고 한다. 미국 골퍼는 완벽한 스윙과 대화의 중요성을 따진다고 한다. 일본 골퍼는 상대방에 대한 에티켓과 컨시드(일명 OK) 없이 끝까지 홀인 하는 것을 철칙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골프 시작과 동시에 웃고 떠들다가 스코어만 따진다고 한다.

좋은 스코어를 위해서, 미스 샷을 개선하기 위해 나라마다 대응 방법은 각각이지만 사실 해결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다. 미국 골퍼가 정답이다. 공부가 바로 해결책인 것이다. 책 속에 반드시 길이 있고 문제의 해답이 있다. 우린 얼마나 책을 가까이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개그맨 최형만은 개그 프로그램에서 퇴출당한 선배 개그맨이 “인생 힘들다. 놔버리고 싶다”고 한 뒤 보름 만에 세상을 떠나 그 충격이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도시락을 싸들고 도서실에 틀어박혀 책만 읽었다고 한다. 삶에 변화가 왔고 비로소 인생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인문학 명강사가 되었다고 한다.

스코어가 좋지 않아서, 미스 샷이 계속 나와서 골프를 때려치겠다고 내뱉는 것보다 원인을 찾기 위해 책을 읽고 그것을 행할 때 비로소 길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가을이다. 멋진 자연에서 골프 라운드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책을 가까이하자. 독서삼여(讀書三餘)라는 말이 있다.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때를 말함이다. 한 해의 겨울과 하루의 밤과 그리고 시(時)의 여가인 비 오는 때가 책을 가까이하기에 좋다는 뜻이다. 골프의 궁극적인 목표가 스코어라면 그 목표를 향해 기다리지만 말고 실행해야 한다. 그 지름길이 바로 책을 읽는 습관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