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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은 지난 2007년부터 ‘스트리트뷰’라는 온라인 3차원(D) 사진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초기 사생활 침해 논란을 일으킨 스트리트뷰는 각국의 규제가 강화되자 사진에 찍힌 사람 얼굴을 모자이크로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영국 남동부 코펜 스트리트뷰에서 한 마리 검은 소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됐다. 이 사실이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되고 각종 패러디물이 나오자 구글 관계자는 “우리 자동 처리 시스템이 가끔 너무 열성적”이라는 재미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처럼 외국에서는 해프닝인 일이 한국으로 넘어오면 모자이크 과잉으로 귀결된다. TV나 케이블에서 방영되는 영화는 19세 이상 관람가를 붙이고도 담배나 신체노출 부위는 온통 모자이크로 뒤덮이는 일이 다반사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8조(건전성)의 ‘방송은 음주, 흡연, 사행행위, 사치 및 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에는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모호한 문구 탓이다. 이처럼 모호하고 황당한 규제가 넘치는 곳이 한국이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항공기상청은 항공기상예보를 독점하면서도 경비행기를 위한 저고도 항공기상예보는 제공하지 않는다. 또 화장품 용기에 너무 많은 의무표시 사항을 두는 바람에 소비자는 읽을 수 없는 작은 글씨만 빼곡하다.

이처럼 모호하고 황당한 규제를 만난 민원인들은 공직자들을 찾아가 밥을 사고, 선물을 안겨주며 해결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이는 부패와 불신, 높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은 이러한 한국 사회 문제 해결에 필수불가결하다. 하지만 규제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공직자들은 모호하고 황당한 규정 뒤에 숨어 각종 민원에 복지부동으로 대응할 것이 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을 OECD 회원국 중 4번째로 규제가 엄격한 나라로 지목하면서 규제 비용 총량제와 포지티브 방식 규제(허용된 것 외에 모두 금지) 철폐를 제안했다.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규제 개혁에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결국 넘쳐나는 규제의 희생자는 일반 국민들이 될 수밖에 없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