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순진(왼쪽 두 번째)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빈센트 브룩스(왼쪽 세 번째)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13일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의 한반도 상공 전개 직후 오산 공군기지에서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는 21일 오후 랜서 2대가 오산 공군기지에 착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② 韓美동맹 불변조건 아니다

미국이 핵전쟁 등 한반도 사태에 연루될 경우 미국인의 여론은 한·미 동맹 공약 이행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미국이 동맹 공약을 이행하도록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겠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 공약이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군사력 증강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인 박휘락 교수는 ‘한·미 동맹에 있어서 미국의 안보공약 이행 정도에 대한 분석’ 논문을 통해 미국의 입장에서 동맹 공약 이행 정도를 ‘공통위협·감당능력·국내 여론·연루의 위험정도·동맹지속 등 5가지 요소로 분석했다.

5가지 분석요소 중 가장 문제가 된 것이 미국의 국내 여론이었다.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퓨리서치가 올해 5월 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대외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선호하는 미국인은 37%에 불과한 반면 57%는 불개입(무응답 5%)을 선호했다. 이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불개입 선호율 30% 수준에 비하면 크게 높아진 수치다. 박 교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신고립주의 조류가 확산되는 가운데 동맹 공약 파기인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서슴없이 내뱉는 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부상은 미국인의 이 같은 불개입주의 선호 여론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들어 한국에 대한 미국인의 호감도도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GfK 커스텀리서치가 지난해 10월 미국 전역에서 18세 이상 23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답한 미국인은 52%인 데 비해 한국이 중요하다는 응답률은 41%에 그쳤다. 북한이 한국을 침략했을 때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설문에는 찬성 47%, 반대 49%로 여론이 양분됐다. 박 교수는 “미국인의 절반 정도가 한반도 사태 개입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고 2020년에는 최대 100개까지 핵무기 보유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이 감당해야 할 연루의 위험성도 심각해지고 있다. 박 교수는 “미국이 한반도 사태에 연루될 경우 본토에 대한 핵무기 공격을 각오하지 않으면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에 개입할 수는 없게 됐다”며 “나아가 미국은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이나 핵전쟁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비록 중국의 군사적 능력이나 핵 능력이 아직은 미국에 비해 훨씬 미흡하지만 중국과의 전쟁은 미국에도 심각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공통위협과 감당능력과 관련, 미국의 안보 공약 이행 정도는 높으며 ‘동맹지속에 따른 이익’은 중간 정도로 평가됐다. 박 교수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됨에 따라 한·미 동맹은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데도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게 됐다”며 “북한의 핵 능력이 미국과 핵전쟁을 수행할 정도로 막강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몇 개 도시에 피해를 끼칠 수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능력이 더욱 증대될 것이라면 미국에 한국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최근 대외문제에 대한 적극적 개입에 관해 미국인의 부정적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미국의 대규모 핵 보복 약속이 핵 억제 전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 북핵 위협 상황에서 미국이 흔들릴 경우 북한이 오판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는 노력과 동시에 유사시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어떤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최악의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 공약이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면서 그에 부합되도록 탄도미사일 방어나 지상군의 작전수행을 위한 전력 증강 등 군사력 증강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해 북한의 핵 사용이나 핵 위협하에서의 제한공격 등에 대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충신·인지현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