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5월 관광객들이 ‘정동야행’ 축제의 일환으로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 열린 서울팝스오케스트라 공연을 즐기고 있다. 중구청 제공

중구, 관광 인프라 확충 ‘1洞 1명소 사업’ 본격화

서울 중구는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대부분이 찾는 명동, 동대문, 남산, 청계천 등 관광명소가 즐비한 지역이다. 명동의 경우 한국인지 중국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유커들이 홍수처럼 몰려들고 있다. 문제는 이들 관광객이 쇼핑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중구는 이에 따라 쇼핑 외에 새로운 서울, 새로운 중구를 볼 수 있도록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는 ‘1동 1명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구 곳곳에 숨어 있는 역사문화자원을 발굴해 ‘세계가 주목할 중구의 역사문화 스토리’를 만들어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는 중구의 핵심 사업이다. 근대문화유산의 보고 정동을 비롯해 올해 초 첫 삽을 뜬 중구 서소문공원, 다산동 성곽예술문화거리, 필동 서애대학문화거리, 을지로 도심산업 특화거리 등은 그동안 숨겨져 왔던 중구의 대표적 골목 문화유산이다.

지난해 5월 처음 열려 대박을 터뜨린 ‘정동야행(夜行)’은 오는 10월 마지막 주에 더욱 알찬 프로그램으로 찾아온다. 지난 5월의 정동야행까지 3회 동안 총 32만 명이 찾아와 단기간에 한국을 대표하는 도심 야행축제로 우뚝 섰다.

덕수궁 고궁음악회, 성공회 수녀원 관람, 미국대사관·영국대사관 개방, 길거리 퍼포먼스 등 다양한 이벤트들이 방문객들에게 정동에서의 소중한 추억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다양한 공연, 체험, 관람프로그램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한국의 문화와 밤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문화재청에서 선정한 ‘2016문화재 야행프로그램’10선과 세계축제협회의 ‘피나클 어워드’에서도 인정받는 등 정동은 중구를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명소 중 하나로 꼽히게 됐다.

2014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찾았던 서소문공원은 역사문화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지금의 서소문공원 부근인 서소문 밖 네거리는 원래 조선 시대 죄인들을 처형하던 장소로 조선의 실학자와 개혁사상가들이 핍박을 받았던 장소다. 서소문공원은 또 국내 최대 천주교 성지이면서 세계 최대의 성인 배출지이기도 하다. 중구는 2017년 말까지 서소문공원 일대(2만1363㎡)를 리모델링해 지상은 조선 후기 사회 변화와 종교적 장소성을 띤 역사공원으로, 지하는 순교성지와 순교자 추모 등을 표현하는 기념공간 등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중구 퇴계로4가 SK주유소 앞에는 이순신 장군과 함께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서애 유성룡의 집터라는 표석이 서 있다. 국보 132호인 징비록을 남긴 유성룡이 살던 곳이다. 유성룡의 집터라는 역사성을 고려해 인근 서울침례교회부터 필동 방향 800m 구간을 ‘서애길’로 정한 중구는 유성룡이 살던 집을 기준으로 서애길과 동국대, 남산 한옥마을, 충무로를 연계하는 필동지역을 ‘서애대학문화거리’로 조성하고 있다.

또 한양도성 다산길도 예술과 문화를 즐기며 걸을 수 있는 ‘성곽 예술문화거리’로 변신 중이다. 예술가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는 다산길은 동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나와 장충체육관 입구에서 다산팔각정까지 이르는 동호로17길 일대 약 1050m 구간이다. 세계적인 문화가치를 갖고 있었음에도 각종 규제로 노후한 상태로 방치돼 있던 한양도성 다산길 일대에 공연장·전시장 등 문화거점시설이 들어서 문화공연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한국산업화를 뒷받침했지만 도심 공동화의 상징이 돼버린 을지로 3∼5가 일대는 낭만과 문화를 간직한 골목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을지로를 재조명하는 골목길 투어 ‘을지유람’ 덕분에 숨겨진 역사문화유산, 특화거리, 맛집, 영화 촬영지 등을 보러오는 일반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이외에도 충무공 이순신 생가터, 조선 시대 국가의 인쇄를 도맡았던 주자소터, 영화의 메카였던 충무로 한류문화거리, 자유와 호국의 거리 장충단공원, 박정희 대통령 생가터가 있는 동화동 역사공원조성 등 중구의 골목골목에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역사문화자원들이 숨어 있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1동 1명소사업을 보다 활성화해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경제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