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싱가포르에 가압류된 한진로마호 국내 1위 컨테이너 선사인 한진해운이 31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용선료 체불로 이 회사 컨테이너선인 한진로마호가 싱가포르 법원에 의해 가압류됐다. 싱가포르 항구에 정박 중인 한진로마호의 모습. 마린 트래픽 캡처 = 연합뉴스

정부, 법정관리 신청 대책 마련
금융당국 “産銀 통해 인수 지원”
중단노선에 대체선박 긴급투입

국내 1위 원양선사인 한진해운이 31일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정부는 당장 수출입 화물 운송에 차질이 빚어진 만큼 운항이 중단된 한진해운 노선에 대체 선박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한 기간산업인 해운 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된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합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대상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자금지원을 통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인수해 한진해운의 장점만 취하는, 사실상의 합병 방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여의동 본사 사옥에서 긴급이사회를 개최,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 4월 25일 자율협약을 신청한 지 129일 만이다. 한진해운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법정관리를 신청한다. 법원은 즉각 채권·채무 동결에 들어가며, 평가를 통해 수일 내 법정관리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외국에서는 법정관리 효력이 제한돼 외국 선주들이 채권 확보를 위해 한진해운 선박을 억류할 가능성이 높아 막대한 재산피해와 물류 대혼란이 우려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도산승인 원조’ 제도로 가압류를 피할 수 있지만, 국가별 요인이 상이해 압류 회피 여부가 불확실하다.

정부는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수출 물류 대란과 금융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마련에 나섰다.

해수부는 이날 오전 윤학배 차관 주재로 한국선주협회, 항만공사 등 관계기관과 ‘해운·항만 대응반 비상대책 회의’를 열고, 일단 운항이 중단된 한진해운 노선에 대체 선박을 투입하고 억류된 선박의 선원 송환도 지원하기로 했다. 9월 중 ‘해운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해운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예상되는 만큼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선박, 우수 영업인력, 해외 네트워크 등을 인수하는 등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열린 ‘한진해운 관련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우리나라 기간산업인 해운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며 “이에 대비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인수해 최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한진해운의 부실은 (주식·채권) 시장에 선(先)반영 돼 있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아·박수진·유현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