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원자로 건조기술 있고
핵연료 조달도 가능하지만
‘평화적 이용’ 틀에 묶여있어

척당 1조원 건조비용도 문제
“10월 韓美 2+2 회담 활용을”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응을 위한 핵 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가 한반도 안보와 직결된 최대 외교 안보 과제가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봇물 터지는 핵 잠수함 도입 목소리에 대해서 우리 군도 실무 검토 입장을 피력해 ‘핵 잠수함 보유’는 점점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우라늄 농축 재처리와 관련해 사실상 미국의 동의와 허용이 필요한 만큼 상황은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30일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추진 중인 3000t급 장보고 잠수함 건조계획과 관련해 추진체가 정해지지 않은 배치 3 잠수함 3대를 핵 추진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군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장보고-Ⅲ 배치 1’(1∼3번함) 건조에 이어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장보고-Ⅲ 배치 2’(4∼6번함)를 건조할 계획이다. 배치2의 3대는 개념설계 중인 상태이지만 아직 건조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장보고-Ⅲ 배치 3(7∼9번함)’의 경우 핵 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부형욱 국방전략연구실장 역시 지난 6월 열린 제주 함상토론회에서 장보고-Ⅲ 배치 3의 7번 함을 핵추진으로 건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29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현안보고에서는 “지금 계획된 장보고급-Ⅲ의 동력이 아직 결정 안 됐을 텐데, 그것부터 핵잠수함으로 하는 것을 국방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추진해달라”는 야당 의원들의 주문이 있었다.

핵잠수함 건조와 보유를 위해서는 사실상 원자력 이용의 통제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허용, 안정적 원료 공급, 건조·유지 비용 확보, 국내의 정치적 동의 등의 난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한다. 전 세계 비핵확산을 주도하는 미국과의 협의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오는 10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2+2’ 외교국방장관 회의 등 고위급 채널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1차적 걸림돌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농축 우라늄 재처리다. 지난해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한국은 우라늄을 20%까지 농축해 핵연료를 조달하는 길이 열렸지만 ‘평화적 이용’이라는 단서가 달려있다. 다른 나라에서 농축우라늄을 공급받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미국이 전 세계적 비핵확산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쉽지만은 않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넘어 핵잠수함까지 국내 배치될 경우 중국, 러시아 등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데다가 이러한 조치가 동북아의 군비 확장 경쟁 명분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점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척당 1조에 달하는 건조비용과 국내 정치적인 논란들도 넘어야 할 고비다.

군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핵잠수함 배치 주장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다가 “실무적으로 필요성 여부를 검토하고 전력화 부분에서 살펴보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