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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역 사무소를 이전·통합합니다” “본국으로 돌아갑니다” “왕징(望京)을 떠납니다”.

최근 베이징(北京) 내 한인 사회에서는 이 같은 인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연구기관들이 기존 사무소를 축소하거나 베이징이 아닌 곳으로 사무실이나 한인 직원들의 거주지를 옮기기도 한다. 다름 아닌 비용 급등 때문이다.

중국 한국상회 관계자는 송별회 참석으로 바쁘다면서 “한국 대기업 납품업체들이나 소규모로 운영되는 중국 사무소들의 경우, 거주지를 외곽으로 옮기거나 조직을 축소하고 있다”고 24일 말했다. 1인 지사의 경우 사무실을 없애고 재택 근무로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중국 동북부 및 서부지역 사무실을 베이징으로 통합하거나 베이징과 상하이(上海)를 통합하는 경우도 있다.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한인 임직원들이 베이징 왕징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임차료가 급상승하면서 주거지를 일터 근처인 교외로 옮기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지 장기 거주 한인들은 허베이(河北)성과 접한 베이징 교외 지역인 퉁저우(通州) 지역이나 아예 베이징을 떠나 허베이성의 옌자오(燕郊) 등으로 넘어가 둥지를 틀고 있다.

최근 삼복을 지나면서 한인들이 즐겨 찾던 보신탕집의 폐업도 화제가 됐다. 임차료가 급등하면서 이 식당을 포함해 한식당 여러 곳이 세 들어 있던 건물 전체가 텅 비다시피 한 것이다. 한 정부 산하 현지 한국 직원은 “10년 전 입사 당시 왕징 지역에서 살았지만 치솟는 임차료를 감당할 수 없어 1년 전 베이징 외곽으로 이사했다”고 털어놓았다. 베이징 총영사관 관계자도 “대표적인 한인 거주 지역인 왕징 내 한인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들이 빠져나간 왕징 지역 주택에는 경제력이 높아진 중국 중산층 젊은이들이 속속 자리 잡고 있다. 부자가 된 중국 기업들이 직원들의 급여 및 거주 지원을 크게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정체된 한인들이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수교 직후 중국 정부가 정해 준 외국인 전용 아파트 시대와 2000년을 전후해 올림픽공원 근처인 야윈춘(亞運村) 시기를 지나 2000년대 중반 한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베이징 동북부에 있는 중국 내 대표적 한인촌인 ‘왕징 시대’를 열었으나 이제 ‘한인 왕징 시대’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수교 24년간 베이징 한인 거주 역사는 갈수록 부자가 된 중국인들에 밀려 외곽으로 이동하는 과정인 셈이다.

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