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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차장

‘우병우 대통령 민정수석 처가의 강남 부동산을 넥슨이 2011년 1326억 원에 사줬고, 그 거래를 진경준 검사장이 주선한 의혹이 있다’는 ‘특정 언론’의 지난달 18일 보도는 큰 파문을 낳았다. 4억2500만 원을 뜯어내 구입한 넥슨 주식으로 134억 원대 ‘대박’을 쳐 68년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비리로 해임된 검사장이란 기록을 남긴 진경준이, 2015년 2월 검사장으로 승진할 때 우 수석이 왜 재산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언론 보도는 ‘진경준이 다리를 놔 넥슨의 도움을 받은 만큼 우병우가 진경준의 넥슨 주식을 문제 삼기 어려웠을 것’이란 추정의 강력한 방증이었다.

우 수석은 그날 오전 바로 입장문을 내 “처가 부동산 매매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의혹을 부인하면서 해당 언론사를 고소했다. 그러나 넥슨과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 거래 현장에 우 수석이 있었다는 다른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고, 우 수석은 20일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돌아가신 장인이 남긴 부동산을 처분하는 걸 슬퍼하는 장모를 위로하러 갔다”는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우 수석 처가가 보유한 강남 땅 한가운데 띠처럼 생긴 7평 정도의 한 필지 땅이 다른 사람의 소유로 등기돼 있었던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이 4시간 동안 부동산 거래 현장에 있었던 이유를 짐작하게 됐다. 넥슨에 불리한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막후 협상이 우 수석을 통해 진행됐을 것이란 게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추정이다. 이어 한 부동산중개업자가 2010년 2월 ‘검사 사위가 관리하고 있는 강남역 1번출구 주상복합 부지 급매매-매매가 1173억 원’이라는 광고를 인터넷에 올렸던 사실이 드러났다. 매도자 측에서 제시한 가격보다 153억 원 더 비싸게 넥슨이 구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우 수석에게 결정타였다.

진경준 전 검사장 인사검증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은 우 수석도 이 정도 보도면 사퇴할 걸로 예상됐지만 “불법이 확인된 건 없지 않으냐”고 항변하며 버티고 있다. 아내 등 처가가 51%를 소유한 기흥컨트리클럽 재산의 축소 신고, 기흥컨트리클럽 주변 부동산의 차명 보유, 가족 소유 기업 ‘정강’에 차량유지비와 통신비 얹기 등 온갖 의혹에 대해 ‘법대로 하자’고 나온 건,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의 감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검찰 수사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일까. 그러나 이석수 감찰관의 수사 의뢰로 공은 검찰로 넘어갔고, 이에 청와대는 대통령이 임명한 특별감찰관을 감찰 내용의 언론 유출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우병우 사태가 주는 교훈도 있다. 차제에 청와대가 검찰 인사와 수사에 개입하는 통로로 이용돼온 민정수석의 폐지를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를 실현해 검찰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그리고 압수수색, 계좌추적 같은 강제수사권이 없어 출범 때부터 장식용으로 우려되던 특별감찰관제를 폐지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대통령이 반대하면 청와대 직원 조사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을 확인한 만큼 공수처는 국회 직속으로 해야 할 것 같다.

sdg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