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7개 발의 … 완화법안의 3배
규제온도로 계산땐 ‘-53.1도’
재계 “영향평가 꼭 도입해야”

20대 국회 개원 이후 첫 두 달 동안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된 규제강화 법안은 모두 457개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의원 발의 규제완화 법안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것이다. 경제계는 20대 국회의 규제 강화 입법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대 국회 개원 첫 두 달 동안 발의된 규제 관련 법안은 모두 597개로 조사됐다. 이중 규제강화 법안은 457개나 됐다. 이는 지난 19대 국회 개원 첫 두 달 동안 발의된 규제강화 법안 259개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규제 완화 법안은 140개에 불과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회 개원 첫 두 달간 발의된 규제강화 법안 백분율 수치에 마이너스(-76.5%)를 붙이고 규제완화 법안 백분율 수치에 플러스(+23.4%)를 붙여 합하면 -53.1이 나온다”며 “이를 온도계로 표시한다면 20대 국회 규제온도는 영하 53.1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전 국회 같은 기간을 규제온도로 표시하면 17대 -25.9도, 18대 -4.6도, 19대 -43.9도”라며 “20대 국회가 경제에 가장 추운 환경을 조성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는 최근 공동 성명을 통해 “규제적 입법 추진이 저성장과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국회가 어려운 경제 현실을 직시하고 노동 입법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최근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발의된 기업 관련 법안 중 3분의 2가 규제 법안”이라며 “기업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규제 폭포’에 직면해 있다”며 국회의 규제강화 법안 양산을 비판했다. 그는 특히 “(규제강화 법안)하나하나 따져보면 다 이유가 있겠지만 기업이 많이 걱정하고 있는 게 사실이며, 경영활동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며 우려감을 감추지 않았다.

추광호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정부 입법과 달리 의원 입법은 국회의원 10명의 찬성만 있으면 바로 국회에 제출된다”며 “불합리한 규제, 황당 규제 등을 막기 위해 지난 18대, 19대 국회에 제출됐다가 논의조차 못 하고 폐기된 의원입법에 규제영향평가를 도입하는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