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정진석 與 원내대표-유일호 경제부총리 면담 유일호(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나 추가경정예산 처리 문제 등 경제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등의결권·포이즌필 없는데
박영선의원 상법 개정안 경우
자사주 매각 제한 역차별 우려

상장사協 “다중대표소송 확대등
김종인·채이배 상법개정안도
전문가 통해 위헌 입증할 것”

정치권의 ‘기업 옥죄기’ 강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기업 규제 법안들에 대해 경제계는 “국내외 시장 불황으로 기업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데, 정치인들은 ‘포퓰리즘 법안’으로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면서 “현장에서는 그냥 해외로 법인을 옮기자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야당에서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통하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기업 저격수’로 불리는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의 상법개정안에도 공식 반대 의견을 내기로 했다.

23일 전문가들과 상장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들을 도입하는 반면, 국내 정치권은 기업환경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규제 우선’의 풍토에 빠져 있다는 것이 경제계의 시각이다.

자사주 처분을 제한하는 박영선 더민주 의원의 ‘상법’ 개정안의 경우 투기자본의 경영권 탈취 시도를 우호세력에 자사주 매각으로 방어하는 수단을 쓸 수 없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현재 국내에는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수단이 없는 상황이어서 자사주 처분마저 제한될 경우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역차별’을 당할 우려가 있다. 상장사협의회는 “미국, 일본과 같이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한 후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춰 자기주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우호세력에게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은 유일한 경영권 방어수단인데 이것이 불가능해지면 해외자본으로부터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에 대응할 방법이 없어진다” 면서 “특정 기업의 사례만을 들어 법을 개정하는 시도는 전체 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운열 더민주 의원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함으로써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분석, 관련 시장에 대한 전문적 판단을 통해 고발하는 취지를 훼손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해 소송이 급증하면, 수사기관의 기업활동에 대한 과도한 개입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경제계의 우려다. 특히 소송 경험과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은 소송이 남발할 경우 기업 도산 등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상장사협의회는 또 김 대표와 채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이 커짐에 따라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정리해 국회와 정부에 건의자료를 곧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상장사협의회는 무엇보다 이들 개정안에 위헌소지 요소가 있다고 보고, 국내 법 전문가 등의 조언을 받고 있다. 다중소송제도와 관련해 피해를 본 외국 사례를 확인하는 중이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이번 상법 개정안의 문제를 조목조목 따져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낼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위헌소지 등의 문제를 국내 최고 전문가들을 통해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개정안은 대기업 규제를 위해 다중대표소송 적용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을 골자로 한다. 채 의원은 이에 더해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의 30%만 보유해도 모자회사 관계로 간주하고, 6개월간 주식 0.001%만 보유해도 상장사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더 강한 기준을 내세웠다. 기업들은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투기자본이 사내, 사외이사의 과반을 차지할 위험이 커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유현진·박준우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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