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녹색당 대선 후보 질 스타인이 지난 7월 26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던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최근 여론조사서 자유당 게리 존슨 11% - 녹색당 질 스타인 4%

오하이오·플로리다 등 승부처
초접전 지역서 승자 바꿀수도

내달 TV토론 참석여부 관건
전국 평균 15% 지지율 얻어야

2016년 미국 대선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라는 역대 가장 비호감 후보 간 대결 구도로 확정되면서 제3 후보의 파괴력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 자릿수 지지율 차이로 승부가 진행된다면 제3 후보가 누구의 표를 더 가져가느냐에 따라 대선 결과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리 존슨 자유당 대선 후보와 질 스타인 녹색당 후보는 최근 NBC 여론조사에서 각각 11%, 4%를 기록, 역대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 대선에서 제3 후보 돌풍을 일으켰던 랠프 네이더 녹색당 후보의 득표율이 2.7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한 수치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제3 후보가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존슨 후보의 경우 민주당·공화당 어느 쪽에서도 지지자를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1992년 이후 가장 막강한 제3 후보 = 11월 8일 치러지는 대선에 후보를 출마시킨 정당은 민주당·공화당 외에도 총 12개가 더 있다. 이 중 20개 주 이상에서 투표지에 후보로 이름을 올린 정당은 민주당·공화당과 자유당·녹색당·헌법당 등 5개다. 민주당·공화당을 제외한 정당 중에서 최근 가장 약진하고 있는 곳은 자유당·녹색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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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뉴멕시코 주지사 출신의 존슨 자유당 후보는 자유시장 체제·작은 정부를 주장하지만, 동성 결혼·마리화나 합법화·국경 개방 등은 지지한다. 경제적으로는 공화당과 가깝지만, 사회 문제에서는 민주당과 더 유사하다는 점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나 트럼프에 염증을 느낀 지지층이 몰려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로 스콧 리겔(공화·버지니아) 하원의원은 지난 5일 “트럼프에 반대한다”면서 존슨 후보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반면 스타인 녹색당 대선 후보는 녹색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풀뿌리 민주주의·생태계 보호·양성평등·지속가능한 개발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특히 녹색당은 기업으로부터 정치 자금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대기업 기부 사절, 소액기부 환영’ 입장에 열광했던 젊은 민주당 지지층이 녹색당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이 후보들의 파괴력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CNN 방송이 지난 5월과 17일 각각 전당대회를 끝낸 존슨 후보와 스타인 후보의 타운홀 미팅을 생중계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특히 존슨 후보는 가장 성공적인 제3 후보로 꼽히는 로스 페로(무소속)가 1992년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 18.9%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 있다. 스타인 후보 지지율도 2000년 네이더 녹색당 후보의 득표율보다 높다. 승자독식제로 운영되는 대선의 경우 오하이오·플로리다 등 초접전 경합 주에서는 이 지지율 만으로도 승자를 바꿀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네이더 후보는 플로리다주에서 득표율 2.5%를 얻으면서 앨 고어 민주당 대선 후보의 패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TV 토론이 최대 변수, 지지율 ‘15% 룰’ 극복이 관건 = 제3 후보 약진이 민주당·공화당 후보 중 누구에게 더 유리한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지난 14일 공개된 NBC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양자 대결에서 지지율 50%를 얻었지만 제3 후보를 포함한 4자 대결에서는 43%를 기록하면서 7%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트럼프는 41%에서 37%로 4%포인트 하락하면서 클린턴 전 장관에 다소 불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같은 날 공개된 이코노미스트 여론조사에서는 하락률이 각각 6%포인트로 같았다.

이에 따라 제3 후보의 파괴력을 결정하는 관건은 9월 26일 예정된 1차 TV 대선 후보 토론에 제3 후보가 참석할 수 있느냐 여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공화당 후보와 나란히 서야 전국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지율의 획기적 제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TV 토론에 참여하려면 대선후보토론위원회(CPD)가 지정하는 5개 전국 여론조사에서 평균 15%의 이상의 지지율을 얻어야 하는데, 이 ‘15% 룰’을 통과한 제3 후보는 페로가 거의 유일했다.

현재 존슨 후보는 CPD가 15일 지정, 발표한 ABC·워싱턴포스트(WP), CBS·NYT, CNN, 폭스뉴스, NBC·월스트리트저널(WSJ) 등 5개 여론조사에서 평균 10%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TV토론에 참여하려면 한 달 안에 5%포인트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 CPD가 지정한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을 확보할 수 있는 수학적 확률에 맞게 충분한(enough) 주에서 투표지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는 두 번째 기준은 존슨·스타인 후보가 모두 충족시켰다고 ABC 뉴스는 전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