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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콘텐츠’ 방송가 장악
일상 모습 다큐처럼 세세히
혼자사는 삶·고충 다뤄 호응

1인 가구 500만 시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혼자 사는 가구는 511만 가구, 네 집 중 한 집은 싱글 라이프를 영유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들은 외로워만 하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 만의 삶을 즐긴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혼자족’을 잡기 위해 혼술(혼자 마시는 술)·혼밥(혼자 먹는 밥)에 방점을 찍는 맞춤형 콘텐츠들이 방송가를 빠르게 장악해가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었다고 ‘혼자 살면 외롭다’는 전제가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혼자 살면 괴롭다’는 것은 아니라고 이런 콘텐츠들은 웅변한다. 남과 부대끼지 않으며 자기 만의 삶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족에 가장 먼저 눈을 돌린 프로그램은 MBC ‘나 혼자 산다’(사진)다.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 프로그램은 3년째 방송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다. 싱글 남녀 뿐만 아니라 배우 김용건과 같이 이혼 후 홀로 사는 중년 남성에게도 시선을 주는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는데 성공했다.

SBS에서 새로 론칭한 ‘다시 쓰는 육아일기-미운 우리 새끼’ 역시 엄마의 입장에서 자녀들의 삶을 바라보는 콘셉트지만, 가수 김건모와 방송인 김제동, 허지웅 등 홀로 사는 남성들의 삶을 통해 싱글족의 라이프 스타일과 고충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혼자족 예능의 카테고리에 포함시킬 수 있다.

케이블채널 올리브의 ‘조용한 식사’와 ‘8시에 만나’ 역시 혼자족이 주인공이다. ‘조용한 식사’는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품평하는 기존 ‘먹방’(먹는 방송)에 반기를 들며 “먹는데 무슨 설명이 필요해”라며 홀로 맛있게 한 끼를 때우는 이들에게 렌즈를 들이 민다. 9월부터 방송되는 ‘8시에 만나’ 역시 스타들을 초대해 혼자 먹는 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콘셉트다.

tvN은 아예 9월5일 첫 방송되는 새 월화극의 제목을 ‘혼술남녀’라 지었다. 서로 다른 이유로 혼자 술을 마시는 노량진 강사들과 수험생들의 삶을 그린다.

이흥우 MBC 예능국장은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것은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트렌드”라며 “혼밥과 혼술을 즐기며 홀로 TV나 스마트폰을 보는 이들이 늘고 있는 만큼 그들을 소재로 삼은 콘텐츠들이 공감을 이끌어내고 위로를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