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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근육밑 섬세한 감정
“안했어야 하는 영화 많았지만
작품하며 한가지 이상 꼭 배워”

배우 마동석(사진)이 이렇게 뜰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에서 이종격투기 트레이너로 활동하다가 한국에 돌아와 2005년 영화 ‘천군’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그를 2006년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배우들의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던 그는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지만 별로 와 닿지 않았습니다. 온통 근육으로 덮여있는 울퉁불퉁한 몸과 말수가 적은 과묵한 성격이 배우로서 표현해낼 수 있는 캐릭터를 제한할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와 만남을 이어가며 그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친해지고 나니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섬세하고, 싹싹한 모습을 보이더군요. 또 모임에서 좌중을 압도하는 언변과 유머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도맡았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끈기와 노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장르와 출연 분량을 가리지 않고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관객들에게 꾸준히 얼굴을 익혔습니다.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오래 기억에 남을 강렬한 이미지를 각인시켰습니다. 또 충무로에 도는 시나리오를 대부분 읽고, 욕심이 나는 역할이 있으면 제작자나 감독을 찾아가 적극적으로 출연 의사를 밝혔습니다. 2∼3년쯤 그를 만나며 ‘저 큰 창고에 뭐가 많이 들어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의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심야의 FM’과 ‘부당거래’가 연이어 개봉한 2010년에 그에게 “이젠 배우가 된 것 같다”는 말을 건네자 “내 이름 앞에 붙은 ‘격투기 트레이너’라는 수식어를 ‘배우’로 바꾸기까지 8년이 걸렸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 작품들도 많았지만 한 작품을 찍으며 한 가지 이상 배웠다”며 “이젠 ‘배우’ 앞에 또 다른 수식어를 붙이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고 말하더군요.

배우활동 초기에 그는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연기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편안한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굿바이 싱글’에서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나오는 스타일리스트 평구를 보며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고, ‘부산행’에서 아내와 태어날 아기를 위해 좀비들에게 주먹을 날리는 상화의 모습이 멋지게 다가오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이제 그는 일부러 연기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캐릭터와 붙어 입체적인 느낌을 전하는 배우가 됐습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38사기동대’에서 그가 펼치는 절절한 연기를 보며 큰 울림이 왔고, 눈시울까지 적셨습니다.

그가 원하는 대로 ‘배우’ 앞에 뭔가 특별한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습니다. ‘진짜’가 어떨까요. 오랜 시간 자신의 창고에 축적해온 경험과 감정을 한 올 한 올 뽑아내고 있는 그는 진짜 배우입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그와 만나 소주잔을 기울일 기회가 적어졌지만 아쉽지 않습니다. 점점 깊어지는 그의 연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가 앞으로 펼칠 무궁무진한 연기변신이 기대됩니다.

대중문화팀장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