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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주기 합천추모제에 참석
“현재도 후유증에 고통 받아
추모하는 마음 잊지 않을것”

“식민지 지배와 피폭이라는 이중고를 겪은 한국인 피폭자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히라오카 다카시(平岡敬·88·사진) 일본 히로시마 전 시장은 지난 6일 경남 합천군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열린 71주기 원폭 희생자 추모제의 추도사에서 “일본인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과거의 역사를 올바르게 세우고 핵무기 폐기와 세계 평화의 확립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일본 정부는 원폭에 의한 한국인의 희생과 고난에 대해 정식으로 사죄의 말을 하지 않았다”며 “식민지 지배와 원폭 피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현재도 후유증에 고통받고 있는 피폭자에 대한 원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히라오카 전 시장은 평소 일본 사회에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도와야 하고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에 대해 한국에 사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시장 재임(1991∼1999년) 당시인 1997년에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밖에 있던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공원 안으로 옮기도록 결정한 바 있다.

그는 “신문기자로 일하던 1972년 무렵 취재를 위해 합천의 작은 시골 마을을 찾은 적이 있는데, 당시 많은 한국인 피폭자들은 건강이 나빠 일을 할 수 없게 돼 질병과 빈곤을 겪고 있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난 피폭 증상으로 인한 냉대와 차별로 고생한 사람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한국인 1세대 피폭자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부분이 있지만 진정한 사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라며 “그런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분들의 억울한 마음을 생각하며 피해자들을 추모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능이 원폭 2, 3세대 등 후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의학적으로 명확하지 않아 어려운 문제이지만 인간에게 악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후손에 대한 실태조사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구KYC(한국청년연합회) 초청으로 방한한 히라오카 전 시장은 6일 대구에서 열린 제1회 평화예술제 등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8일 출국했다.

합천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