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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배우 손예진, 박해일이 주연한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의 언론시사회가 열린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건대시네마. 시사회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가 열리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간담회 진행자는 “손예진 씨가 많이 울어 분장을 고치고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손예진뿐만이 아니었다. 조선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의 이야기가 흐르는 내내 이곳저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가시지 않은 여운을 느끼며 붉게 물든 눈시울을 훔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손예진은 “내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서 한 번도 울어 본 적이 없는데 오늘 울었다”며 연신 눈가를 닦았다.

그는 이어 “‘덕혜옹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소설 속에 나오는 장면들도 있지만 망명 장면 등은 영화를 위한 장면이었다”며 “덕혜옹주가 살아온 것은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덕혜옹주’ 속 손예진은 어떤 영화에 출연했을 때보다 빛나고 예뻤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가장 예쁘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일깨운 셈이다. 노인이 된 덕혜옹주를 연기할 때는 노인의 피부를 표현하기 위해 장시간 분장을 받았고, 초점을 잃은 눈에 굽은 허리로 고국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나이 든 덕혜옹주를 온몸으로 웅변했다.

손예진은 “흐리멍덩한 눈은 나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타이틀롤이 덕혜옹주였기에 내가 책임져야 할 지점이 많았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덕혜옹주’는 일본에 끌려간 후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