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리용호(왼쪽) 북한 신임 외무상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기 위해 24일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무대 데뷔 北 리용호와 비행기 동행에 회담까지 시사

6자회담 당사국 외교장관이 모두 참여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비롯한 아세안(ASEAN) 관련 회의에서 에서 왕이(王毅 ) 중국 외교부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를 의식해 남쪽에 싸늘하게 대하고 북쪽을 끌어안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사실상의 외교 데뷔 무대인 이번 대회에 참석해 대 중국 관계 개선을 노린 외교 성과를 내는 데 진력하고 있다. 북·중은 2014년 ARF에서는 양자회담을 했지만 지난해에는 회동 자체가 불발됐다. 중국과 북한의 사드 국면 활용은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균열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이목이 쏠린다.

24일 밤 6자회담 당사국 외교장관이 모두 참여하는 라오스 비엔티안 ARF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왕 부장이 윤병세 외교장관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사실상의 철회를 요구하며 한국을 강하게 압박한 것은 사드 국면에서 북한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겠다는 사인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8일 사드 한반도 배치 발표 후 양국 외교 수장이 처음 얼굴을 맞댄 이번 회동이 향후 북핵문제를 둘러싼 대북제재 이완 여부 등 한·중 외교관계 방향을 가늠할 외교전의 서막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북·중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될 경우 본격적인 북·중 공조 행보가 가시화할 수 있어 관심이 쏠린다.

한·미 사드 배치 결정 직후 “단호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던 왕 부장 등 북한 대표단이 이번 ARF에서 데뷔전을 갖는 리 외무상 등 북한 대표단과 이례적으로 동반 행보를 펼치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북·중 관계 복원을 위한 신호탄으로, 사드에 반발한 중국의 본격적인 북한 끌어안기로 해석될 상징적 외교 행보라는 것이다.

24일 오전까지 한·중 외교장관회담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우리 외교부로서는 북한에 허를 찔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리 외무상은 왕 부장과 같은 비행편인 중국 쿤밍(昆明)발 동방항공을 이용해 라오스에 입국하며 양국 친선을 과시했다. 왕 부장은 “(리 외무상과) 같은 비행기를 탔으며 서로 안부를 물었다”고 했다. 왕 부장은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ARF에 참가하는) 리 외무상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