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외교결례? 윤병세(왼쪽 사진) 외교부 장관이 24일 저녁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모두발언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왕 부장도 사드 한반도 배치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윤 장관의 모두발언에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손동작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이후 첫 외교장관 회담

“韓, 어떤 실질행동 취할건가”
왕이, 사실상 배치중단 압박

윤병세 “자위적인 방어조치
특정사안이 관계 영향 안돼”

한국과 중국이 24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비롯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련 회의 참석차 찾은 라오스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한국의 행위는 쌍방(양국)의 호상(상호) 신뢰의 기초에 해를 끼쳤다”고 유감을 표명했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조치”라고 항변했다. 미국과 일본, 호주는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매립과 영유권 주장에 대한 강력한 비판에 나서고 있어 아세안 지역에 대립과 충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왕 부장은 이날 밤 늦게 라오스 비엔티안 돈찬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언급하면서 “우리 사이의 식지 않은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이 어떤 실질적 행동을 취할지에 대해 들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동료이기 때문에 의사 소통을 미리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의 발언은 사드 배치 시 한·중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시사하면서 사실상 한국에 사드 배치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양국 관계가 긴밀해질수록 여러 가지 도전이 있을 수 있다”며 “양국이 깊은 신뢰의 뿌리를 심어왔기 때문에 특정 사안으로 관계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추신지불 전초제근(抽薪止沸, 剪草除根·장작불을 빼면 물을 식힐 수 있고, 풀을 뽑아 없애려면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면서 사드 배치 원인이 북한 핵·미사일에 있음을 시사했다. 회담에서 윤 장관은 사드 배치는 자위적 방어 조치임을 강조하고 “책임있는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중국은 회담에서 경제적 보복 조치는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은 어렵게 구축된 신뢰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며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270호의 이행 의지를 표명했고, 경제적 보복조치 시사 발언은 없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25일이나 26일쯤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북·중 외교장관 회담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