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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원래 안 높잖아.”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18일 국회의장실 인터뷰에서 ‘의장이 되셔서 찾아뵙기에 문턱이 높다’는 인사말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같이 답했다. 책상 위에는 지지자가 선물한 ‘세균맨’ 인형이 함께 웃고 있었다. ‘미스터 스마일’, 정 의장은 그의 별명처럼 온화한 성품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신사적인 의원에게 수여하는 ‘백봉신사상’을 여섯 차례 받았다. 6선 의원에다 당 대표만 세 차례를 지냈고, 장관직을 거쳐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 자리에 올랐지만 그에게서 권위적인 모습은 찾기 어렵다. 20∼30대층에서는 최근 ‘균블리(정세균+러블리)’라는 애칭도 퍼졌다. 그의 공식 블로그에는 ‘좋은 세균 정세균’이란 유머러스한 소개말이 쓰였다.

하지만 이런 부드러운 이미지만으로는 정 의장을 다 설명할 수 없다. 당이 위기에 빠진 순간마다 정 의장은 강인한 면모를 보였다. 2005년 열린우리당이 10·26 재·보선에 패배했을 때 의장(대표)을 맡아 당내 갈등을 수습하고 행정도시특별법 등 개혁 입법을 처리했다. 2012년 19대 총선 때에는 자신의 지역구(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를 스스로 내려놓고 ‘정치 1번지’ 서울 종로행을 택했다. 2009년 민주당 대표일 때에는 의원직 반납, 단식 투쟁을 통해 여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반발하는 결기를 보이기도 했다. 정 의장은 “내가 흐물흐물하지는 않지. ‘노(No)’라고 말해야 할 때는 확실하게 해야 해”라고 했다. 참여정부 시절,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판판이 깨졌지만 정 의장이 민주당을 책임졌던 2010년 지방선거는 압승을 거뒀다.

이런 강단은 학생 운동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 정 의장은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95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치권에 발을 들이기 전 쌍용그룹 계열의 종합상사에서 상무이사까지 지내는 등 18년간 실물경제 현장을 경험해 대표적 ‘경제 정책통’으로도 불린다. ‘99%를 위한 분수 경제’ 등 저서를 썼고, 노무현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따르는 후배 의원들이 많아서 더불어민주당에 정세균(SK)계로 불리는 계파도 있다.

4·13총선은 정 의장이 재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격전지이자 열세로 예상되는 종로에서 새누리당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상대로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리며 ‘내리 6선’에 성공했다. 이후 당내 국회의장 경선에서 문희상 의원 등을 따돌리고 20대 국회 첫 의장직에 올랐다.

△1950년 전북 진안 출생 △신흥고·고려대 법대 △쌍용그룹 상무이사 △15·16·17·18·19·20대 국회의원 △새천년민주당 정책위의장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산업자원부 장관 △열린우리당 의장 △민주당 대표 △20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

유민환 기자 yoogiza@